▲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전경. 2026.04.24.
유지영
한때 200여 곳에 달했던 입주 기업들은 운영 종료 이후 각지로 흩어졌다. 2020년 혁신파크에 입주해 2024년 중순까지 과태료를 내면서 버텼던 한 입주사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 주무관이 퇴거를 요구하면서 '(이 입주사는) 서울시랑 사업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안 나가고 버티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입주사들 모두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지만, 서울시와 사업을 하거나 인허가권이 서울시에 묶이다 보니 퇴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서울시와 하는 사업이 없어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남은 입주사들에게 서울시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7월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부터 혁신파크와 인연을 맺은 인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직후인 2023년, 서울시는 죽다 살아난 입주사들에게 나가라고 했다"며 "약자·소수자를 위한 사회적경제 기업 등의 사업을 해 오던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약자와의 동행'을 말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입주 기간 동안 혁신파크 공간유지비가 낮았기 때문에 절감한 비용으로 청년 채용을 늘릴 수 있었다면서 "혁신파크에서 나가면서 급하게 사무실을 구해 공간유지비가 6배 가까이로 뛰었다. 공간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사회적인 사업보다 당장 돈이 되는 근시안적 사업을 꾸리게 됐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혁신파크 내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IT 강좌를 여는 등 공익적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과거 한 입주사 대표였던 인사도 서울시의 공유재산 매각의 실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혁신파크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공유재산인 부지를 4545억 원에 내놨다. 그건 시 단위로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돈"이라면서 "행정 수요는 사회가 변하면서 점점 늘기 마련인데, 몇 년 뒤 부지가 다시 필요해지면 훨씬 비싸게 사야 한다. 미래 서울 시민들의 재산을 멋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탄소 중립을 외치며 돈을 들여서라도 도심 속 공원을 새로 만든다고들 하는데, 이미 여기엔 공원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냐"고도 덧붙였다.
"정치적 변덕에 흔들리지 않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과거 혁신파크에 입주해 있던 사회적 기업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 공간이 민간 재개발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018년부터 운영 종료 시점인 2023년까지 5년 간 일주일에 네댓 번씩 이곳을 찾았다는 '혁파뺑뺑이'(활동명)씨는 혁신파크에 대해 "사적 자본이 아니라 서울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에서 다양한 사회적 실험이 이뤄졌다. 나는 이를 공공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했다"라고 짚었다. 그는 "다음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는 서울시가 혁신파크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팔아버리는 방식이 아닌 공공의 방식으로 가치를 실험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혁신파크 인근에 사는 한 청년(33)은 "서울시가 공원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운동하고 산책한다. 근처에 대체할 만한 공간이 없다"라며 "건물을 허물기에 결국 개발이 되나 했는데, 이대로 방치돼 화가 났다. 앞으로 시민을 위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인동준씨는 "혁신파크는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휘청였던 공간이었다. 지방선거 때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번번이 위태로웠다"라며 "전임 시장 때도 예외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정파적인 이해 관계가 아니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보는 대계(大計)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은' 정치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이 보는 피해가 막심하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측은 혁신파크 부지의 활용 방안이 정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은 임시 활용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서부권사업과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에 "현재 혁신파크 부지는 임시 개방 상태로 산책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활용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는 이러한 임시 활용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내부적인 개발 방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부지 개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은평구청과도 지속적·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활용 방안이 빠르게 정해지길 바라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로서는 주민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파크 부지 출입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리 인력·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은 지속적인 관리·운영 책임이 따르기에 안전 관리 계획과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CCTV로 건물 내부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 1만 4500평의 빈 공터는 또 한 번의 선거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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