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의 싱가포르 COE 가격. 싱가포르에선 COE가 있어야 자동차를 10년 동안 끌 수 있는데, 그 가격만 1억 4200만원입니다.
싱가포르자동차협회
공급이 철저히 통제되다 보니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COE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습니다. 2026년 4월 기준, 1600cc 이하 소형차용 COE 가격만 약 12만 3010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억 4200만 원)에 달합니다. 차가 아니라 차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기 위한 비용이 이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COE는 10년만 유효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돈을 내고 갱신을 하거나 차를 폐차해야 합니다.
COE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세금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자동차 가격은 한국보다 3~5배 이상 높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싱가포르 가격은 약 2억 2000만 원(19만 999싱가포르 달러)정도입니다.
차값에 세금을 더하고 거기에 COE까지 냈지만 끝이 아닙니다. 전자식 도로 요금 징수 시스템(ERP)을 도심에 설치해서 차량이 많이 몰리는 도심 업무 지구에 차를 몰고 가면 추가로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시간대와 차량 종류에 따라 금액이 다른데, 많게는 한 번에 5500 원 정도가 자동 징수됩니다.
이렇게 차량 소유와 운영에 제약이 많다 보니, 2026년 2월 기준 싱가포르의 차량 보급률은 인구 7명당 1대 수준(약 86만 대)에 불과합니다. 1.92명당 1대(약 2660만 대)를 보유한 한국과 대조적입니다.
단순한 '억제'가 아닌 '대안'이 있는 행정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의 거의 12%가 도로로 덮여 있으며, 이는 주택 용지 면적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여기서 도로를 더 늘이는 대신 차 숫자를 통제하는 전략을 수십 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에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지하철(MRT)와 버스망으로 인해 차 없이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습니다. 정부가 자동차 세금과 COE로 벌어 들인 막대한 수익을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에 다시 쏟아붓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대중교통망이 추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카 라이트(Car-lite) 정책을 통해 자전거 도로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공유 모빌리티를 활성화하여, 차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이 이 비싼 자동찻값과 COE 값에 반발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강력한 대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섭 의원은 난생 처음 본다며 비아냥거렸지만, 자동차 공급 관리 정책들은 이미 여러 선진 도시들에서 시도하고 또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도로는 한정되어 있는데 지금 이대로라면 자동차는 계속 늘어나게 될 겁니다. 도로를 넓히자는 1차원적 대안을 넘어, 수요를 분산하고 때로는 공급을 관리하는 입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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