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 사망 이미지
연합뉴스
최근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이 여러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본인이 '무연고 사망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예비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 불안을 덜어줄 사업으로 관심 받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의욕적으로 보도 자료를 내보내면서 홍보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됩니다. 지자체는 이 사업이 대상자의 장례 불안을 더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행정 소요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죽음 이후에 장례를 지원하겠다는 기존의 기조에서 확장되어, 죽음 전부터 장례와 관련한 돌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합니다. 당장의 장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이 보장되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업이 중단되면 어떻게 될까?
첫 번째는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이 대부분 제도가 아닌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이 지자체의 조례 등에 기반을 둔 제도라면 일정 정도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의욕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여러 사정에 의해 내년에는 운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은 긴 호흡의 돌봄입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당사자는 수년 또는 수십 년 후에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사업을 1년만 운영한다면? 행복이음 등의 사회복지 전산망에 내용을 적어둘 수 있겠지만, '무연고 사망자'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법률적 공백이 존재하는 사업
두 번째는 사전에 장례 주관자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지자체가 장례 주관자를 지정하여 그에게 장례 의식을 주관하게 할 수 있는 근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입니다. 제12조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에 대한 조항으로, 이에 따르면 결국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어야만 장례 주관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신청서'를 받는 것은 법적인 근거 없이 참고 자료를 만들어두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여기엔 반박의 여지가 충분합니다. 설령 사후에 가능한 절차더라도 살아있을 때 미리 참고 자료를 만들어둔다면 사망 이후의 행정 소요를 줄이고, 장례를 주관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지체 없이 연락할 수 있지 않냐고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만 어차피 참고 자료인 것이라면 그것이 굳이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의 형태일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업의 이름과 형태 때문에 생전에도 장례 주관자 지정이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부르는 이름
여기서 세 번째 지점이 발생합니다.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의 대상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사회복지 전산망에 내용을 등록해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예비 무연고 사망자' 모두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제적인 능력은 있으나 장례를 치러줄 혈연의 연고자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을 통해 생전에도 지정할 수 있다고 이해한 비수급자 A가 동일한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거부가 단순한 행정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명칭과 운영 방식이 만들어낸 기대와 실제 제공 범위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사업이 제도로 안착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의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법률적인 기반 없이 운영된다면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그리고 몇몇 지자체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천안시의 경우 지난해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의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사전장례의향 사업'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시범 사업을 진행해 보니 '장례 주관자 지정'의 경우 피지정자가 경제적, 법률적 부담을 느꼈다는 겁니다. 사업의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이름을 수정하고 '지정'이 아닌 '의향'에 중점을 두는 것은 적절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엔 장례 주관자로 지정할 사람이 없더라도 사업의 대상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전에 장례 의향을 남기면서 누가 상주를 맡아주길 원하는지 기록한다면 이것이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까지 포함할 수 있겠고요.
그러나 이러한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장례를 포함한 사후사무를 개인이 미리 결정하고 그 의사가 실제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의 개별 사업이 아니라, 법률에 기반한 제도로 안착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사후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