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육성응원 '최, 강, 한, 화'는 한화가 최강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 오히려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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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그렇겠는가. 그 웃음은 즐거워서도 아니고 달관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냉소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계속 진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계속 진다. 선수들이 머리도 가장 많이 밀었고 양말도 가장 많이 뒤집었으며, 특별훈련도 가장 많이 소화했다. 2군 연습장 근처에 유흥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수단에 전통이 없는 것도, 기강 잡을 선배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구단은 팬들마저 걱정할 만큼 돈을 퍼붓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명장'이라 불리는 지도자들을 줄줄이 모셔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 해볼 것도 없고 요구할 것도 없다. 화를 내거나, 떠나거나, 아니면 웃거나. 이글스 팬들은 마지막을 택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입술을 깨물며 웃는다. 웃고 나서 한숨을 쉰다.
그렇다면 왜 떠나지 않는지 물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생생한 빛나는 추억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정훈으로부터 장종훈을 거쳐, 이강돈, 강석천 혹은 데이비스와 로마이어 등등 그야말로 '다이너마이트'처럼 연쇄폭발하던 방망이들. 혹은 몇 차례나 퍼펙트게임 직전까지 갔던 송진우와 정민철, 혹은 그야말로 타자를 압도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던 구대성과 류현진까지, 빛나던 에이스들의 몸짓과 눈빛들.
하지만 그 추억들이 점점 흐려지고 지워지는 순간에도, 그래서 태반이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오늘에도 남은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편의 기억들일 지도 모른다. 이기지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얼굴, 어떻게든 해보려다 더 크게 저질러 버린 실패 뒤의 침묵, 그리고 팬들보다 더 난감해하는 선수들의 표정. 속상해 내 가슴을 치면서도 차마 그 앞으로 욕을 하지 못한 경험들. 그들이 어떻게든 다시 한번 웃는 모습을 보지 않고는, 떠나더라도 마음을 끊지 못할 것 같은 미련 때문이다.
함께 웃은 기억보다 함께 눈물 흘린 기억이 더 깊다. 하지만 함께 눈물 흘린 기억조차도 눈물조차 나지 않아 한숨 쉬며 말을 잇지 못한 시간들을 함께한 기억을 이기지는 못 한다. 더 괴로울 수 없는 시간을 함께한 이들은 역설적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다. 떠나려면 진작 떠났겠지. 남았으니 계속 남겠지. 함께 남아서 버티다보면, 웃는 날도 오기야 하겠지. 뭐 꼭 당장은 아니라도, 그렇게 함께 웃는다면 참 눈물 나겠지, 하면서.
그래서 이글스 팬들은 오늘도 웃는다. 괜찮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떠날 수 없으니 남기 위해서. 그래서 언젠가 정말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지금까지 삼켜온 시간들을 다 토해내 울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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