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월 2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다른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이름을 기자들 앞에서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로부터 경기지사 추가 공모 가능성을 묻는 말이 나오자 "유승민 같은 사람이 (경기 선거판에) 들어온다고 한다면 고민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공식적으로 당은 유 전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공개적인 설득을 포기했으나, 물밑에서는 여전히 그의 등판을 학수고대하는 모양새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은 선거법상 주소지 이전 시한인 지난 5일까지 경기도로 주소를 옮기지 않아 경기지사 출마는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원칙적으로 주소지와 관계없이 출마가 가능하다. 당은 유 전 의원이 경기 하남시갑 등 보궐선거에 등판한다면 경기지사 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이다.
또 다른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경기 선거에 나온다고 한다면 버선발로 뛰어가 '꽃가마'라도 태워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유 전 의원께서 당을 위해 희생해 준다고 하시면, 당에서는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해드려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15일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유 전 의원 관련 질문에 "수도권 승부는 결국 중도 확장성과 인물 경쟁력에 달려있다"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6·3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와준다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 땐 '윤심'을 등에 업은 김은혜 의원에게 저격을 당해 쓴잔을 마셨다. 당시 여의도 정가에선 김 의원이 아니라 유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면 경기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겼을 것이라는 사후적 평가가 공공연하다.
다만 유 전 의원도 여전히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익명의 관계자발로 자신의 '등판설', '차출설'이 제기되는 상황을 "시끄러운 소음"에 비유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실제로 당이 그에게 정식으로 출마 요청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선대위' 꾸리겠다는 국민의힘 경기도 국회의원들
이 같은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논의 과정을 보면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이대로 붙어봤자 이길 수 없다'라는 국민의힘 내부의 인식이 읽힌다. 구도·인물·이슈 중에서 다른 걸 못바꾼다면, 인물이라도 교체해 다른 이슈를 만들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경기지사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경기도 자체 선대위' 즉시 발족"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분위기 쇄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 6인 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경기도 선거는 유례없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수도권이 무너지면 우리 당은 국민을 위한 건강한 견제 역할조차 할 수 없게 된다"라며 "자체 선대위 발족을 통해 현장을 지키는 저희가 직접 엔진을 돌리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민의 마음이 저희에게서 멀어져 있다는 것, 뼈아프게 잘 알고 있다"라며 "경기도에서, 수도권에서 저희가 살아있는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라고 읍소했다.
직접 언급은 피했지만, 장 대표 체제의 기조와 현재의 구도로는 대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나눈 질의응답 과정에서 송석준 의원은 "중앙당에 실망한 다양한 민심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함께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경기지사 선거에서만 패배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지지층의 '줄투표' 특성상 큰 격차로 도지사 선거에서 진다는 건 시장, 시·도의원, 구·군청장, 구·군의원 선거까지 줄줄이 패배할 것이란 의미다. 수도권에 얼마 남지 않은 조직 교두보마저 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조직을 기반으로 치러야 하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나 다음 대통령 선거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우리 당은 현재 소위 말하는 강성 유튜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잖느냐"라며 "그 사람들(안철수·유승민 등)이 이 선거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이유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이 좀 더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바뀌어야만 누구든 등판할 가능성이 그나마 생긴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