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23 06:48최종 업데이트 26.04.2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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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대구 서구 대구시선관위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홍보물의 모습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진표가 거의 완성되었다. 후보들은 승리를 위해 돌진하는 한편 이제부터는 당선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첫 100일 계획 같은 것들이다. 예전과 달리 유권자이자 행정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기만 하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묻는다.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회견, 취임까지의 25일간, 그리고 첫 출근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이는 득표 전략과도 직결된다. 유권자는 안다. 저 사람이 알고 말하는지, 모르고 말하는지, 후보가 말하는 정책과 공약의 농도, 진실성을 잘 안다. 주권자의 검증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와 무게가 다르다. 지방 행정 12년 차 중앙행정 2년 차에 접어드는 이재명 대통령은 '시도 행정 통합'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다. 지방정부의 체급이 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광주·전남 행정 통합 법안이 통과되며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를 선출했다. 대구 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충청권도 통합의 지각변동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다.

지방정부가 더 큰 몸집과 권한으로 중앙정부와 대등한 협상을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정치 여건도 상당히 달라진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대권이라는 메이저리그를 향한 '트리플 A' 무대는 광역지방정부 수장들로 짜여질 것이다. 이 숫자만도 10여 명이 넘는다. 여의도 100% 정치구조에서 여의도+광역정부 청사가 6대 4 정도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예상된다. 균형발전의 첫걸음이다. 힘도 돈도 시선도 지방으로 상당히 이동한다.

이런 조건에서 6월 3일 선출되는 단체장들은 당선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변화된 지방 행정 환경 아래서 막대한 예산과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 광역단체장은 연평균 약 15조 원의 예산과 7300여 명의 공무원을, 기초단체장은 1조 원의 예산과 1100여 명의 공무원을 지휘하는 막중한 자리다. 부족한 준비와 과거의 잘못을 질타할 시간조차 없다. '행정 경험 부족'이나 '관료의 저항', '정치의 극단화'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수표'와 '선거 빚'을 경계하라

3월 31일 서울시선관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비 모의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약속과 빚을 최소화하라. 이익단체의 민원을 여과 없이 수용하고 공수표를 남발하면, 그 가벼운 약속들은 지자체의 재정을 파탄 내고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유권자가 당선자를 뽑았다고 해서, 당선자의 모든 민원 공약에 동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당선자가 한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청구서의 결제를 요구해 올 때, 대다수 시민을 위한 보편적 공익으로 버텨내야 한다. 무능은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과실이지만, 불가피한 공약 수정은 용인될 수 있는 결단이다.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해두어야 한다.

사람에게 지는 빚도 경계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달라지길 바라는 사람도 있고, 개인의 처지가 달라지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순수한 자원봉사자로만 채워진 캠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브로커도 있다. 당선에 이바지했다는 명분으로 집권 4년 내내 산하기관 인사권과 이권 사업에 끝없는 청구서를 들이미는 브로커들이 대표적이다. 선거 때마다 떴다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여러 후보 캠프와 관계를 맺고, 선거가 끝나면 폭넓게 당선자들을 활용한다.

당선자가 이들에게 빚을 지거나 약점을 잡히는 순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초라한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만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과도한 빚을 지지 않으려는 후보자의 결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당선 이후의 체계적인 행정과 개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취임식 다음 날 아침, 당선자는 복잡한 행정 용어와 수십, 수백억 단위의 숫자가 적힌 결재판 앞에서 스스로의 무지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지자체 특성상 극소수의 참모만 대동한 채 입성하게 되는 현실에서, 어제까지 유세장에서 환호받던 후보는 다음날 예산의 미로 속에 갇힌 '초보 행정가'로 전락한다. 결국 수십 년간 관료제의 숲을 굳건히 지켜온 직업 공무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관료들은 영리하고 노련하다. 새로운 단체장의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는다. 대신 '빽빽한 의전 일정'과 압도적인 '정보 비대칭'이라는 세련된 무기를 꺼내 든다. 초보 행정가의 하루는 수많은 행사의 의례적인 축사와 본질적인 논의가 실종된 무의미한 대면 회의들로 촘촘하게 짜인다.

단체장은 온종일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시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핵심 정책을 고민할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진다. 이해찬 전 총리도 저서 <문제는 리더다>에서 지적했듯, 관료 조직이 리더의 시간을 물리적으로 장악함으로써 그들의 정책적 판단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관료들은 화려하고 매끄러운 발표 자료 속에 치명적인 리스크를 교묘히 숨겨두거나, '규정상 어렵습니다', '전례가 없습니다'라는 철벽같은 방어 기제로 개혁 과제를 끝없이 미룬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치밀한 행정 지식이 부족한 단체장일수록 조직의 관성에 순식간에 포획되어, 관료가 안전하게 그어놓은 결론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주권자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장보다 실무를 수행하는 관료가 정보를 독점해 권력 통제권이 역전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당선증의 저주 피하기 위한 생존 매뉴얼 네 가지

2025년 6월 4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이 확실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권력을 위임받은 단체장은 잘해야 한다. 잘못하면 시민의 돈이 낭비되거나, 유용되거나, 적합지 않은 사람이 공직에 임용되거나, 시민의 불편이 가중된다. 단체장이 감옥에 가거나 전과자가 될 확률도 10%에 육박한다. 비극을 막기 위해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섣부른 인터뷰를 멈추고 '인수위 레드팀'을 가동하라. 당선 직후 한껏 상기된 모습으로 수많은 행사장과 언론을 돌며 인터뷰를 남발하는 것은 초보 행정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패착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사회적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이슈를 섣불리 언급했다가 임기 초반 정책 동력을 잃어 고초를 겪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워싱턴 방문을 줄이고, 시카고에 칩거하며 철저히 언론 노출을 피했다. 그는 통제된 상황에서 오직 검증된 국정 파트너와 장관 후보자들을 소개할 때만 카메라 앞에 섰다.

이번 지선의 당선자들 역시 당선 직후 외부 일정은 대폭 줄이고, 시정을 온전히 파악할 '인수위 레드팀'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선거 캠프는 표를 얻기 위한 조직이지만, 인수위원회는 시정을 장악하기 위한 실전 사령부다. 전문성 없는 선거 공신과 브로커들로 인수위를 채워 점령군 행세를 하거나 설익은 메시지를 남발하는 것은 임기 초반 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인수위의 핵심인 '예산·조직 분과'에는 외부의 깐깐한 예산 전문가나 전임 시장 시절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퇴직 관료 중 평판이 좋은 사람들을 선임하여 전임 시정의 '숨겨진 부채'와 '악성 예산' 그리고 '세입 구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당선 직후 기존 공무원들에 의해 우선적으로 당선자에게 배정되는 비서실 인력은 관료주의의 방어막이 되기 십상이다. 때 묻지 않은 직업 공무원이나 경력이 검증된 정무직을 배치해야 한다. 여러 단체장 세상에서 전문성이라는 미끼로 오랫동안 인사를 전횡한 집단은 어느 지방정부에도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당선자는 레드팀을 가동하고, 예산과 인사를 파악하는 과정 중에 치밀하게 검증된 핵심 인사와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만 나서야 한다.

둘째, '공약 다이어트'와 객관적인 '거절의 방패'를 설계하라. 선거 기간 쏟아낸 수많은 공약은 취임 직후 다양한 청구서로 날아온다. 이를 모두 이행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유한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공약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취임 직후 100일 동안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예산은 적게 들지만 상징성이 큰 정책 2~3개에만 시정의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선거 기간 동안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발표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임기 초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약을 재조정해야 한다.

중요한 지점은 수많은 이익 집단과 토호 세력들이 요구하는 'n분의 1 나눠 먹기' 식의 선심성 예산을 어떻게 쳐내느냐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는 방안은 '객관적 시스템을 방패로 삼는 것'이다. 취임 즉시 모든 대형 신규 사업과 민간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재정영향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당선인이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재정 시스템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라는 명분을 가져야만, 선거 빚에 휘둘리지 않고 핵심 어젠다에 가용 재원을 올인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린다.

셋째, 행정 통합의 파도에 올라타라. 현재 중앙정부의 주요한 예산 파이프라인은 '행정 통합'과 '메가시티'에 정조준되어 있다. 광주·전남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제 단일 지자체의 각자도생식 민원으로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내기 쉽지 않은 시대다. 예산 철마다 기재부에 부리나케 드나들어도 배정받을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웃 지자체장과의 물밑 협상 채널을 가동하여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우리 도시에 부족한 산업 인프라를 무턱대고 짓는 대신, 이웃 도시의 인프라와 묶어 '광역 경제권'을 구성하겠다는 기획서를 중앙정부에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취임 첫날, 시장·도지사 직속으로 '메가시티 추진 특별 TF'를 출범시키고 중앙정부의 파격적인 특례와 재정 지원을 받아낼 패스트트랙을 타야 한다. 행정 구역이라는 낡은 우물에 갇힌 고립주의를 스스로 타파할 때, 관료 조직의 점증주의적 관행도 자연스럽게 분쇄할 수 있다.

넷째, 예리한 질문과 '기록 비서'로 관료의 정보 독점을 깨트려라. 관료와의 거대한 정보 비대칭을 깨는 유일한 무기는 매끄럽게 포장된 보고서의 이면을 파고드는 단체장의 예리한 질문뿐이다. 단순히 '이 사업이 왜 안 됩니까?'라고 묻는 화법으로는 기득권의 방어 논리에 끌려다닐 뿐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문해야 한다.

'이 정책을 시행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장기적 기회비용은 무엇인가?', '과거 3년간 이와 유사한 정책이 현장에서 실패했던 원인 데이터는 왜 보고서에서 누락되었는가?', '관 주도의 획일적 사업이 아니라 민간 자본과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안적 거버넌스 모델은 고민해 보았는가?' 등 근거를 가지고 핵심을 다루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단체장은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직업이다.

한발 더 나아가 질문으로 파악한 시정의 방향이 밀실에 갇히지 않도록 '기록 비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행정의 정보 비대칭은 일부 관료나 정무직 참모들이 단체장의 의중을 독점하고 왜곡하여 주무관들에게 잘못 전달하는 데서도 심화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 기록 비서를 두어 결재와 보고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발언을 기록하고, 이를 내부 책임자들과 투명하게 공유했다. 고도의 보안 사항이 아닌 이상 모든 보고 자리에 기록 비서를 배석시켜야 한다. 그래야 눈과 귀를 가리는 허위 보고가 사라지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밀실 독대의 폐단을 끊어낼 수 있다.

관행의 사각지대를 들춰내는 본질적인 질문과 투명한 기록 시스템은 복지부동하던 공무원들을 조직의 주도적인 기획자로 탈바꿈시키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단체장이 질문을 멈추고 밀실 보고에 갇혀 관료가 써준 연설문만 읽기 시작하는 순간, 그 권력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기득권 현상 유지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

행운을 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전문은 피렌체의식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22

글쓴이 문상철은 <피렌체의식탁> 수석에디터이다. 충남도청 비서실 비서관부터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수행팀장, 국회의장 비서관, 국회의원 보좌관 등 정치 현장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속성을 다룬 <몰락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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