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진민
"후보님 원래 이렇게 빠르세요?"
"뭐든 준비하는 데는 오래 걸리셔도 막상 출발하면 저희들보다 훨씬 빠르세요."
아침 8시, 순식간에 조 예비후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뜀박질하고 나서야 겨우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매일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공부하러 학교에 갈 때도, 투쟁하러 갈 때도 지하철을 이용한다. 언덕이 있거나 홈이 팬 곳을 지날 때는 바퀴가 걸려 잠시 멈췄지만, 노란색 손잡이를 이리저리 굴리며 금세 방향을 찾았다. 그렇게 홀로 사라졌다.
조 예비후보와 같이 출근하는 활동 지원사 이수경(54)씨는 "걱정할 필요 없다"며 "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 예비후보는 밝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출입문 앞에 있었다. 처음 만난 조 예비후보의 언어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눈으로, 표정으로, 여러 소리로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누구보다 그의 언어를 알았다. 7년간 함께한 시간은 서로를 이해하게 했고, 동시에 성장하게 했다.
중증 장애로 손을 폈다 쥐는 게 쉽지 않은 조 예비후보가 휠체어에 익숙해지는 데는 3년이 걸렸다. 휠체어를 조금만 타지 않으면, 손이 금세 사용법을 잊었다. 그래서 매일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탈시설 이후 마주한 세상은 낯설기도, 타인을 경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는 동료들과 함께 싸우며 자신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며, '사회적 주체'임을 분명히 외쳤다.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AAC(보완대체의사소통) 목소리로 출마 선언문을 듣고 있다.
이진민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씨는 이제 안다. 조 예비후보가 준비 시간은 걸려도, "뭐든 빠르고 거침없이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탑승객으로 빼곡한 4호선 칸에서 조 예비후보는 이어폰을 꽂고 AAC(보완대체의사소통) 목소리로 출마 선언문을 듣고 또 들었다.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도, 지나가는 탑승객과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들고 찬찬히 얼굴을 바라봤다.
지하철 환승을 거쳐 1시간 10분 만에 광화문 해치마당에 도착했다. 조 예비후보를 향해 활동가들이 몰렸다. 일명 '목소리 보좌관'인 박동녘(34)씨와 서한영교(44)씨는 조 예비후보와 마이크 색깔부터 볼륨까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두 사람은 AAC 연설문 음성을 제작했다.
이들은 "뇌병변장애인에게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며 "그냥 기계음으로 텍스트를 읽는 것이 AAC의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연설 음성에는 조 예비후보의 숨소리와 휠체어 끄는 소리까지 삽입했다. AAC 음성을 틀고 연설을 준비하던 조 예비후보는 정면을 응시했다가 다시 손을 치켜드는 등 연습에 매진했다.
멀찍이서 조 예비후보의 분투를 촬영하는 이상진(23)씨는 '촬영 보좌관'을 맡았다. 그는 서울장애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서 지난해 '감독 조상지'와 인연을 맺었다. 이씨는 "(조 후보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감독이자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번 출마 과정을 촬영한 영상 역시 '조 감독'의 차기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현장을 보며 활동가들은 "이 정도면 선거 캠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 텐트는 되지 않냐"며 농담을 던졌다. 회견을 앞둔 조 예비후보는 의상을 바꿨다.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함부로 장애인을 가두지 말라는 의미와 우리들은 죄인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께 전하는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게 묻습니다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진민
조 예비후보에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이 있다. 서울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오세훈 시정이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면서 실제로 정반대 정치를 해왔다"며 "예산을 이유로 탈시설과 자립 생활 등 장애인 관련 정책에 감축과 후퇴를 반복해 왔다"고 평가했다.
조 예비후보는 서울시에서 진행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노동자로 일했으나, 2023년 이후 사업이 폐지되면서 해고 노동자가 됐다. 그는 지난 9일 '동행서울 누리축제'에서 오 시장에게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원직 복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해고한 적이 없다. 고용을 한 적이 있어야 해고를 하지"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조 예비후보는 "당시 오 시장의 발언이 면피를 위한 변명이었다"며 "그 자리에서 '당신의 장애인 권리 약탈에도 불구하고 나와 동료들은 끝끝내 맞서 싸우며 살아남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심판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서울시에 더 이상 장애인 권리 약탈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서울시의원 예비후보로서 이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진민
4월 20일 오전,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이자, 과거 '시설 장애인'으로 살던 조상지의 유일한 외출 날짜였던 그날. 한 발짝 내딛기 위해 항상 "온몸에 힘을 주고, 땀을 흘리고, 경직했다"는 그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시민 앞에 섰다. 조 예비후보는 AAC 음성에 맞춰 서울시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저는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고, 배우고, 싸우다 저는 4월 20일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탈시설 이후 거리에서 맞이한 곳에는 함께 구호를 외치고, 분노하며, 차가운 도시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은 동행을 말해왔지만, 장애인에게는 너무 자주 약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마합니다.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몸들도 끝내 시민으로 등장할 수 있는 서울, 더 이상 장애인이 얼굴을 잃고 이름을 잃은 채 뒤로 밀려나지 않는 서울을 위해 함께 해주십시오."
항상 밀려났던 그가 이날만은 서울의 중심에서 장애인 권리를 외쳤다. 누구도 밀려나지 않은 도시를 꿈꾸며 조상지는 다시 앞으로, 최전방으로 향한다.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진민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진민
▲20일 오전 조상지 탈시설장애인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종로구 제2선거구)가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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