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선진국은 일시보호 정책도 위탁가정 제도를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시설 중심에서 가정 중심의 보호제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자체가 부실하다.
김지영
긴급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어떻게 처음 맞이하느냐. 나라별 답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본은 한국과 구조가 가장 유사하다. 아동상담소 내 부설 일시보호소(시설형)가 기본이고, 가정위탁 비율은 12%다. 일본의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33년 연속 증가세다. 시설 중심 구조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증거가 33년째 쌓이고 있다.
영국은 1946년부터 방향을 틀었다. 지금 영국의 긴급보호 1차 경로는 긴급 위탁가정이다. 호주는 전체 보호아동의 93.5%를 가정위탁으로 보호한다. 한국이 1961년 시설 체계를 법제화할 때, 영국은 이미 15년 전에 그 방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가정위탁 제도 활성화도 아직은 앞이 안 보이는 암담한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을 해야 그다음 단계가 열린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는 위탁·입양·원가정 복귀·시설 입소 중 무엇이 이 아이에게 최선인지를 심의하는 기구였다. 위원회가 심의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상담 기록, 심리검사 결과, 가정환경 조사 보고서. 이것은 일시보호소에서 체류 기간 동안 만들어진다. 아이가 하루 만에 나가면 자료도 없다. 심의위원회는 빈 서류를 앞에 두고 앉거나 아이가 지나간 자리에 도장만 찍었다.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만 했더라도 달랐을 수 있었다. 3개월이라는 법적 시간 안에 상담이 이루어지고 심리검사가 진행됐다면.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이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보호조치를 심의할 수 있었다면. 민수는 충분한 기간 보호받으면서 그 결정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민수를 시설로 보내고 방치했다. 시설보다 나은 보호 환경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다.
민수 같은 아이들의 운명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2024년 보호출산법 시행 이전까지, 그 12년 사이가 가장 불운한 시기였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2000명 넘는 아이들이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절반 이상은 시설로 떠넘겨졌다.
일시보호소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의 10년의 태만과 무능은 그곳을 거쳐 간 아이들의 삶으로 직결되었다. 자그마치 백 년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인생이 시작부터 국가로부터 배제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시보호소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보호출산법 시행 이후 급감한 유기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대·방임·가정위기로 긴급 보호가 필요한 모든 아동에게 이 구조는 수십 년째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의 3개월은 아이들의 권리였다. 그걸 단 하루 만에 박탈당했던 1500여 아이들의 삶은 지금 시설 안에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일시보호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미비점을 개선하고 아동 보호 체계의 내실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2025년 3월 '보호대상아동 시설 보호절차 개선'을 통해 아동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상태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일시보호 기간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등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보호가 내실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자치구, 아동복지센터, 아동복지시설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아동 보호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아동의 안전과 권익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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