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회사 '애지봇'의 홈페이지.
애지봇
애지봇의 선언... 데모를 끝내고 2026년은 '배포모드'의 원년
지난 4월 17일 상하이에서 창업 3년차 스타트업 애지봇이 파트너 컨퍼런스(APC2026)를 열었습니다. 이날 34개국 2500명이 모여들었는데 일개 스타트업의 행사에 세계 각국에서 모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입니다. 애지봇 창업자 덩타이화(邓泰华)가 무대에 올라 선언했습니다.
"2026년은 배치 모드(Deployment Mode)의 원년입니다."
'배치 모드'란 로봇이 실험실과 전시장을 떠나 실제 공장과 거리와 가정에서 24시간 스스로 일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제 로봇은 '움직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가'로 평가받습니다.
이 선언의 근거는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애지봇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 보고서 기준 2025년 전 세계 출하량 5100대, 시장 점유율 39%로 출하량과 점유율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창업 당해 매출 30만 위안(한화 약 6450만 원)에서 시작해 불과 2년 만에 2025년 10억 위안(한화 약 215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컨퍼런스 사흘 전인 4월 14일에는 난창 소재 공장에서 8시간 무편집 생산 라인 생중계를 진행했습니다. 애지봇 로봇G2가 정밀 상하차 작업을 2283회 완료했고 성공률은 99.5% 이상이었습니다. 시간당 310개, 로봇 한 대가 2교대 인력을 대체했습니다. 공장 담당자는 이제 로봇 대 인력 1대 1 치환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애지봇 CTO 펑즈후이(彭志辉)가 공개한 로봇 산업 발전 프레임워크 'XYZ 곡선'은 이 흐름을 좌표로 제시했습니다. 2022~2025년은 개발 체험기(X곡선)입니다. 로봇을 인간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단계였습니다. 2026~2030년은 배치 성장기(Y곡선)입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일하는 단계입니다. 2030년 이후는 배치 보급기(Z곡선)입니다. 로봇이 물리 세계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단계입니다.
왜 2026년이 변곡점일까요. 그의 설명은 단순합니다. 세 가지가 처음으로 동시에 성숙했기 때문입니다. 대형 모델이 세계를 이해하는 문제를 해결했고, 로봇 본체가 신뢰할 수 있는 실행의 문턱을 넘었으며 실제 배치가 데이터 플라이휠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변곡점이 온다는 논리입니다.
5년 후의 세계, 역사에 없던 방정식
앞에서 제시했던 칼럼에서 에릭 슈미트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거리에 로봇 택시와 배달 로봇이 가득하고, 휴머노이드가 스마트폰처럼 흔해져서 집안일을 하고 노부모를 돌보고, 24시간 로봇만으로 가동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더 많은 로봇을 생산하는 세계를. 그리고 담담하게 갈무리 합니다. "우리는 이 미래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차분히 살펴보면 이 미래에는 경제학의 새로운 방정식, 즉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합니다. 산업혁명이 왔을 때 농업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공장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자동화가 왔을 때 단순 반복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서비스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매번 일자리의 성격이 바뀌었을 뿐 총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항상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로봇은 쉬지 않습니다. 불평하지 않습니다. 번아웃되지 않습니다. 실수를 학습해서 반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손이 섬세해졌고 판단이 정교해졌습니다. 과거의 자동화가 근육을 대체했다면 이번 자동화는 근육과 감각과 판단을 동시에 대체하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작업 효율은 인간의 30%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매달 개선되고 있습니다. 3년 안에 80%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비용은 인간의 절반이고 효율은 80%이며 불평 불만 없는 로봇을 앞에 두고 어떤 기업이 인간을 고용하겠습니까.
GDP는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로봇이 더 많이 만들고 더 빠르게 배달하고 더 정확하게 서비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성장의 과실은 로봇을 소유한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GDP 성장과 구조적 실업이 동시에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는 미국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씁니다. 소프트웨어, 기초 연구, 인재, 칩에서 미국의 강점이 있다고. 그러나 동시에 경고합니다. 중국의 로봇 전략이 전기차에서 써먹은 전략과 똑같다고. 국가 지원으로 수많은 기업을 진입시키고, 수요를 만들고, 생산 물량을 쌓고, 제조 경험을 축적하고, 결국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 전기차에서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로봇은 온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밀 부품, 모터, 배터리, 반도체. 피지컬 AI의 하드웨어 공급망 대부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품들로 조립되는 로봇을 설계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습니다. 표준을 만드는 나라가 생태계를 지배합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표준을 만들었습니다. 그 표준 위에서 움직이는 로봇들이 전 세계 공장과 거리와 가정을 채워갈 때 한국은 어느 생태계의 부품이 되어 있을까요. 부품을 만드는 나라에서 이를 통합하고 표준을 설계하는 나라로. 이 전환에 실패하면 아무리 뛰어난 제조 역량도 결국 남의 생태계를 떠받치는 하청 구조로 귀결됩니다.
생각보다 로봇의 시대는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 질문은 이제 산업과 경제의 경계를 넘어섰습니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기술·경제·사회·문화가 하나의 질문 앞에 수렴하는 통섭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 질문에 먼저 답하는 나라가 다음 시대를 선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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