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 농협중앙회장 사과 기자회견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과 관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민
MBC < PD수첩>은 지난 4월 14일 방송분에서 농협중앙회와 일부 단위조합 조합장의 비리 문제를 다뤘다. 현 농협중앙회장인 강호동 회장을 직접 거명하면서 '강호동 회장과 비리백화점'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한 것이다.
방송은 경남 통영시에 있는 단위조합의 문제에서 시작한다. 조합장이 자신과 며느리의 농사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폭로가 직원들로부터 나왔다. 직원들을 사적인 일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인사권을 쥔 단위 조합장이 '왕'처럼 군림한다고 폭로했다.
이후 방송은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강 회장은 경남 합천의 작은 단위농협(율곡농협) 조합장 출신이고, 지난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업체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현재 강 회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해당 업체 대표 또한 < PD수첩 >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 편집자 말).
강호동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여러 가지다. < PD수첩 >은 강호동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되기 전인 2022년 농협 퇴직자로부터 2천만 원을 수수한 정황을 보도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8일 발표된 정부합동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농협재단 핵심간부는 강호동 회장이 중앙회장에 당선되도록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에게 답례품 및 골프대회 협찬비용 명목으로 약 4.9억 원의 재단 공금을 지출했다. 공익을 위해 써야 할 재단사업비를 유용해서 강호동 회장을 위한 '선거 답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농협중앙회의 한 임원이 강호동 회장의 선거 관련 비리 의혹기사를 보도하려던 지역언론사에 광고비 1억 원을 주고 입막음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식의 비리 의혹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농협 정부특별합동감사결과 보도자료
농림축산식품부
'관뚜껑 인사'에 검찰특활비와 유사한 '쌈짓돈'이 10억 이상
공금유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농협은 재계 9위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이다. 산하에 금융지주, 경제지주 등 2개 지주회사와 수많은 자회사들이 있다.
그런데 강호동 회장은 취임 이후에 농협중앙회 출신 퇴직자들을 농협중앙회와 산하 계열사들의 임원 자리에 앉혔다. < PD수첩 >은 이를 '관뚜껑 인사'라고 부른다는 내부자의 얘기를 소개했다. 일부 퇴직자들이 강호동 회장 선거를 도와줬고, 그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올드 보이'들을 대거 고위직에 앉힌 것이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장은 그야말로 '제왕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직상금이다. 일종의 포상비인데, 농협중앙회장, 부회장 등 임원들이 마음대로 나눠주는 돈이다. 기준도 없다. 마치 검찰총장이 현금으로 펑펑 써서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같은 돈인 것이다. 그런데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최근 5년간 지급된 직상금만 해도 75억 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장이 쓴 것만 39억이 넘는다.
이처럼 지금의 농협중앙회는 비리백화점, 공금낭비 백화점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본래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은 농민을 위한 조직이어야 한다. 그래서 농협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나 일부 단위조합이 자정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농협법 개정을 통해서 개혁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3가지이다. ①현재 유명무실한 농협중앙회 내부감사조직을 독립법인화해서 농협중앙회 및 단위조합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게 하고 ②1110명의 단위조합장만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권을 187만 농협조합원에게 부여하는 '전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며 ③조합원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비리백화점이 된 농협중앙회와 일부 단위조합을 개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조치들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여당과 정부간의 '당정협의'를 거쳐서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비리를 저지를 자율성?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비리를 저지를 자율성', '관뚜껑 인사 등 조직을 사유화할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면, 외부로부터의 통제도 필요하다. 유명무실한 감사조직을 금융감독원과 같은 독립법인(명칭은 농협감사위원회)으로 만들어서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단위조합의 비리를 제대로 감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과 같은 비리와 공금유용, 공금낭비를 근절하려면 독립적인 감사기구가 필요하고, 특히 그 감사기구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처럼 1110명의 단위조합장만 선거권을 갖는 방식의 선거로는 농민조합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농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조합장을 위한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가 되기 쉬운 것이다. 또한 금품선거와 매관매직을 근절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전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혁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집회가 오는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다고 한다. 게다가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를 두고 '집회 동원' 정황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 문건을 하달해서 집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농민을 위해 쓰여야 할 '공동협력증진사업비'를 교통비 등으로 편법 집행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엄청나 정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농협측 집회 동원 문서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히려 농협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다행히 오는 4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당정협의'를 거쳐 발의된 농협개혁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루속히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만이 농협이 농민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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