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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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열 모으기'가 본격화하면 우리 삶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는 단순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 완화를 넘어, 도시의 온도와 서민의 지갑,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다. 온도차 에너지가 가져올 결정적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 위기와 도시 열섬을 동시에 잡는 '해결사'가 된다.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탄소 배출의 획기적인 감소다.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를 온도 차 에너지를 활용한 히트펌프로 교체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에서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가 도심에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대신, 물이나 하수의 냉기를 이용해 냉방을 해결하면 도시 전체의 온도를 낮추는 '열섬 현상 완화'가 가능해진다. 연소 과정이 없으니 도심 내 미세먼지 걱정도 덜 수 있다.
둘째, 열은 에너지 유통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든든한 조력자'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변동성'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하수열이나 수열은 연중 공급량이 일정하고 안정적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흐르는 하수와 강물은 기상 조건에 민감한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며, 국가 에너지 유통망(그리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셋째, 기업의 생존과 가계 경제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경제적 실익은 더 직접적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이라는 글로벌 무역 장벽 앞에 선 우리 기업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생열원은 강력한 '생존 무기'가 된다. 일반 가계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근 하수처리장의 열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 국제 유가에 춤을 추던 가스비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국산 에너지' 사용이 곧 가계 경제의 실질적인 안전판이 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재생열은 에너지를 생산한 곳에서 즉시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형' 구조를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는 최근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전력망 부하 완화'에 크게 기여한다. 여름철 냉방 수요를 전기가 아닌 수열 등으로 분산하면 국가적인 전력 과부하 사태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탑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 없이도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문제는 제도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꽃피울 수 없다. 그동안 한국에서 열에너지는 에너지 정책의 변방에 머물렀다. 이 에너지에 대한 법이 모호하다 보니 투자와 산업 생태계, 시장 형성이 어려웠다. 지난 3월 26일에 발의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바로 이 제도적 공백을 조준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온도 차 에너지'를 법적 재생에너지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기존 태양광, 풍력, 지열에 더해 공기열, 해수열, 하천열 등, 자연 상태의 온도 차 에너지와 하수열 같은 미이용 폐열까지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확장하고,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새로운 열원들을 공공건물의 재생에너지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하고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일이다.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열에너지 기본법'이나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 로드맵' 등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돕는 강력한 입법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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