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16 11:51최종 업데이트 26.04.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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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 밖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승리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유예 조치가 합의를 유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해왔다"라며 "따라서 20년이라는 기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일단 트럼프로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의 영구적인 중단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패전국에게나 강제할 법한 일방적인 요구이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갖고 있는데, 미국은 전쟁과 위협을 통해 이 권리를 박탈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외교 협상을 승패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 차선의 결과도 만들어내기 어렵다. 미국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장 방지에 있다면,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바마에 대한 질투심과 네타냐후와의 그릇된 의기투합

기실 이란 핵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인 데에는 트럼프의 '딴생각'이 결정적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이란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였던 2015년에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이고 미국 정보기관도 인정하던 바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2018년에 이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다. 트럼프가 오바마에게 품었던 '경쟁적 질투심'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최근에도 기회는 있었다. 미국-이란 핵협상을 중재했던 오만의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27일 미국의 CBS 인터뷰에서 핵협상에 중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농축 우라늄 비축 제로, 축적 제로, 그리고 IAEA의 전면적 검증"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다음날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기습적으로 침공했다.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민중 봉기를 일으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그릇된 야심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유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앞으론 기회가 없을까? 이란의 핵무장 방지에 집중한다면 기회는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못 갖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다짐과 "이슬람 율법상 핵무기 보유는 금지된다"는 이란 정권의 입장에 공통분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무장 방지와 엄격한 사찰과 제한을 전제로 한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인정을 대전제로 삼으면, 여러 가지 핵심 쟁점도 합의 가능하다.

타협을 위한 네 가지 조합

2007년 4월 9일 이란 나탄즈에 있는 이란의 핵 농축 시설 전경.AP/연합뉴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고, 또 하나는 440kg으로 추정되는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이다.

전자와 관련해 타협의 지점은 이란이 가동 중인 유일한 원전인 부셰르 원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도 부셰르 원전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3월 말에 이란에 보낸 15개 요구안에 '부셰르 원전의 민수용 활동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관건은 핵연료 조달 방식에 있다. 지금까지 부셰르 원전은 러시아가 핵연료를 제공하고 사용후 연료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란은 추후에는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활동을 통해 연료를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충돌한다.

이에 따라 타협의 지점은 네 가지의 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이란은 원칙적으로 우라늄 농축 권리를 갖되 러시아로부터 핵연료를 공급 받는 동안에는 농축 활동을 중단한다. 둘째,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재개시 그 목적은 오로지 부셰르 원전 연료 제조로 한정하고 우라늄 농축도와 분량을 이에 맞게 제한한다. 셋째, 이란은 이미 서명한 IAEA의 추가의정서를 비준해 강력한 검증 체계 구축에 동의한다. 넷째, 이란은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쟁점인 440kg의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 방안도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 이란은 자국 내에서 저농축 우라늄으로 희석하는 방안을, 미국은 자신이 넘겨 받아 처리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협상 과정 및 타결 시 미국의 약속 이행을 담보할 '지렛대'를 잃지 않으려는 이란과 승전을 선언할 수 있는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의 우호국으로 반출하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을 그 후보국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러시아는 부셰르 원전 및 핵연료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넘겨받아 이를 희석·핵연료화해 다시 이란에 공급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이란 모두와 전략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요건 가운데 하나로 '고농축 우라늄 제3국 반출'에 합의하면서 이 사안을 5월 중순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을 법하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미국이 이란의 핵무장 방지에 초점을 맞추면, 종전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와 확고한 안전보장 등 상응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 정욱식은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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