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15 17:37최종 업데이트 26.04.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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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져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조정훈

6.3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여야 일부 후보들이 '박정희 마케팅'을 활용하는 선거운동에 나서자, 지역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언론에서 "광주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처럼 대구에 있는 엑스코를 '박정희 엑스코'나 '박정희컨벤션센터'로 부르면서 대구와 광주가 교류하면 서로 간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2년 대구시장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박정희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활용하기도 했다.

공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박정희를 단골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은 지난 1월 동대구역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상징인 박정희 대통령의 길 위에서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김 전 총리가 박정희컨벤션센터를 언급하자 '박정희라는 이름은 대구경북의 미래와 직결된 큰 프로젝트에 붙여야 한다"며 대구경북신공항을 거론한 뒤 '박정희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한술 더 뜨기도 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2월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으로 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산업화를 이끌었듯 그런 정신으로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홍석준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을 빼고 우리 지역이 정권을 잡았을 때 대구에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결단력과 추진력 등을 들어 지역 경제 회복의 상징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여야 후보가 '박정희'를 소환하는 현상은 대구 정치 지형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산업화에 대한 향수가 강한 지역 보수 유권자들에게 선거 전략으로 박정희는 여전히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박정희는 평가와 소환 대상이 아닌 청산의 대상일 뿐"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박정희 마켓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조정훈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인물이 아닌 박정희 시대가 남긴 지역주의와 색깔론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경북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정희 소환 중단하고 시대착오적 박정희 동상, 컨벤션센터 구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독재자 박정희는 평가와 소환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일 뿐"이라면서 "대구를 살리겠다거나 바꾸겠다며 출마한 후보들은 지금 대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선언한 뒤 불과 9개월 만에 졸속으로 설치된 동상은 지금 동대구역 광장의 흉물로 전락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박정희를 소환하겠다는 발상은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청년들은 극우의 이미지로 덧씌워진 대구를 떠나고 있고 지방소외와 지역소멸의 위기는 눈앞에 와 있다"며 "대구의 상징을 또다시 박정희로 삼겠다는 것이 과연 시민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미래를 말하면서 과거의 망령을 불러오는 시대착오적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박정희 시대가 남긴 지역주의와 색깔론부터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대구에 필요한 변화이며 시민들이 원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가난하지 않는 일자리, 아프면 쉴 수 있는 삶,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며 "그런데 지금 정치가 내놓은 답은 듣기도 아찔하다. 지역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 정치로 덮으려는 무책임함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구경북 곳곳에 박정희 동상과 기념시설이 넘쳐나고 있지만 과연 산업화 공로를 인정한다고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정착됐느냐"며 "지금 다시 개발독재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소영 교수 "대구 구조적 한계 드러내는 상징적 현상"

박정희 논란과 관련해 이소영 대구대 교수는 "우리 지역 정치에 가장 첨예하고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너무 다양한 위기들이 있는데 그 문제를 우리 지역 정치가 정책 경쟁만으로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미래 정책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과거가 항상 끼어드는 방식의 선거를 하는 것이 우리 지역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라는 인물은 산업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며 "최근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서 계엄이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다음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이제는 그런 인물들에서 좀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선거가 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과 요청이 다른 때보다 훨씬 큰 것 같다"며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하는 선거로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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