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14 11:00최종 업데이트 26.04.14 11:00
학기 초가 되면 학부모들의 마음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수업료가 고등학교까지 무상이라지만 막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면 '무상'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매달 나가는 아이의 교통비, 학교 밖 세상을 배우러 가는 체험학습비, 그리고 유치원 원비 고지서에 찍힌 차액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헌법 제31조 3항이 선언한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약속은 왜 우리 집 가계부 앞에서는 이토록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그간 우리 교육은 수업료와 급식비라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세우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 평등은 학교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 행위, 친구들과 함께 박물관과 산천을 누비며 경험을 쌓는 일은 교육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이 여전히 부모의 소득에 의존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출발선에서부터 서로 다른 크기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여러 후보들이 '무상교육의 확대'를 들고나온 것은 바로 이런 현장의 갈증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실질적인 무상교육을 외치고 있다.

교통비와 체험학습비는 단순한 부가 항목이 아니다. 교통비는 아이가 학교에 도달하는 권리, 즉 이동권과 연결된다. 학교가 집 앞에만 있는 공간이 아닌 이상 교육의 접근성은 이동의 비용과 분리될 수 없다. 특히 도시가 넓고 통학 동선이 긴 서울에서는 학생의 이동비가 단순한 생활비가 아니라 교육 기회의 조건이 된다.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은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육의 출발선을 조금이라도 더 평평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체험학습비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교실 수업만으로 교육이 끝난다면 체험학습은 부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은 교과 지식의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 박물관, 자연, 역사 현장, 지역 사회 속에서 배우는 경험은 아이의 인지와 사회성을 함께 키운다. 그럼에도 이 비용이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같은 학교, 다른 경험"을 강요하는 셈이 된다. 교육의 평등은 단순히 같은 교실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기회에 접근하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유아교육 무상화의 의미는 더 크다. 유아기는 교육과 돌봄이 가장 긴밀하게 결합된 시기이고 가정의 경제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교육경험을 가르는 시기다. 서울시교육청이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도 결국 이 지점에 있다. 유아교육이 실질적으로 무상화되면 단지 부모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출생 시대에 국가가 아이를 함께 책임진다는 신호가 된다. 아이를 낳는 순간 개인의 부담으로만 떠넘겨지던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사회적 불안을 줄이기 어렵다. 그래서 유아 무상교육은 교육정책이면서 동시에 인구정책이고, 돌봄정책이며, 사회적 신뢰의 정책이다.

이번 선거의 흥미로운 점은 후보들 모두가 무상교육을 말하지만 그 결이 다르다는 데 있다. 어떤 후보는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를 강조하고, 어떤 후보는 교통비 완전무상, 어떤 후보는 대학 무상교육이나 학교자치 같은 보다 넓은 교육개혁을 말한다. 무상교육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무엇을, 어느 순서로, 어떤 재정으로 책임질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각 후보의 공약은 평가받아야 한다.

무상교육의 완성은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다. 예산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다. 차기 교육감은 헌법이 약속한 그 '무상의 가치'를 시민들의 삶 속에서 증명해내야 한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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