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의 대수술을 마친 나의 운동화. 어, 이게 아닌데...
차유진
닳을수록 한짝이 되어 가는 엄마와 나
저녁이 되자, 여느 때처럼 엄마와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여든이 훌쩍 넘은 엄마의 시간 속에는 이미 떠나보낸 수많은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보내왔을까.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흐르는 라디오 음악에 질문을 실어 보냈다.
"엄마도 평생 살면서, 정들어서 못 버리는 물건이 있어?"
묻기가 무섭게, 엄마는 입에 밥을 머금은 채 집게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너."
명사수처럼 정확히 꽂힌 한 마디에, 과녁을 뚫고 나오듯 웃음이 빵 터졌다. 엄마는 "너, 너"를 몇 번이고 되뇌며 나를 가리켰다. 송구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시큰했다. 시집도 가지 않고 당신 곁에서 지천명을 훌쩍 넘긴 딸을 향한 오래된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가느다란 음성이 열린 창 틈으로 스며든 실바람을 타고 귓가에 닿았다.
"고~맙지. 같이 있어줘서."
문득 세어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단둘이 밥을 먹기 시작한 게 어느새 7년 반이 넘었다. 매일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산책을 하고 장을 보고 성당에 다니며, 어디든 함께 걸었다. 그 사이 낡은 신발도, 여든의 엄마도, 지천명을 넘긴 나도 조금씩 닳아갔다. 닳아갈수록 우리는 서로의 길든 한 짝이 되어 간다.
며칠 후, 신발장을 활짝 열어 무거워진 녀석을 꺼내 신었다. 편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발을 밀어 넣는다. 편안함이 아니라, 편안했던 기억을 신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괜찮다. 무게추 달린 묵직함 안에는 함께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으니까. 그 무게마저도 나의 것이 되어 다시 길동무와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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