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9 06:55최종 업데이트 26.04.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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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중동상황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대통령비서실이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인 내부 위원들의 명단만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위원들의 명단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을 내걸고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는 등 투명성을 중시하는 기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대통령비서실이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한 격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아래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월 25일 대통령비서실에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적절한 전문성을 지닌 위원들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의 청구였다.

대통령비서실은 이 청구에 대해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인 내부 위원의 명단만 공개하고 외부 위촉 위원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정보공개 이의신청에 대해 판단하는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소속, 직업 등을 스스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셈이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 비공개? 국민 신뢰 얻기 어려워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및 결정통지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인 내부 위원들만 공개하고 외부 위원 명단을 비공개 처분했다.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처리 업무에 대해 소속기관에 자문 역할과 비공개된 정보에 대해 공개 여부를 다시 심의하는 기구이다. 정보공개심의회의 판단이 국민의 알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공개법)은 모든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운영 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 제12조에 따르면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위원을 5인에서 7인 이내로 구성하며 위원 중 3분의 2는 해당 기관의 업무나 정보공개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가진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공개심의회의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도록 한 것은 정보의 공개 여부를 판단함에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외부 위원들의 성명과 소속, 직업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가 외부 위원 명단의 공개를 거부하며 들고 있는 이유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청구와 이의신청에서 외부 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5호를 들며 외부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정보에 해당된다고 사료되어 공개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름이 드러나면 발생하는 부담과 외부 압력으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보공개심의회는 일반적으로 비공개 위원회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위원들의 구체적인 발언이나 의결 내용이 아닌 단순한 이름과 소속, 직업 같은 공적인 신뢰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업무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공무 수행을 위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업무를 위촉받았음에도 스스로의 이름과 전문성을 증명할 직업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하고 있다면,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위원회 명단 비공개 처분, 정보공개소송에선 공개 취지의 판례 다수 존재

정보공개는 투명한 정부를 위한 필수요건이다.정보공개센터

외부 위원 명단의 비공개는 다수의 판례들을 통해서도 위법하다는 것이 확인된다. 과거 공공기관들은 소속 위원회들의 위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종종 비공개를 해왔다. 이런 비공개 처분들이 정보공개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위원회 업무의 특수성상 특별히 신원이 비공개되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개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로 귀결된다.

지난 2008년 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에 사면심사위원회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으나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재판을 통해 사면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법무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재판 과정에서 법무부는 이번 대통령비서실과 동일하게 명단이 공개되면 위원들이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되거나 폭언·협박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한 법무부의 주장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오히려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려면 위원들의 명단과 약력 등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했다.

또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기 논란이 되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당시 정보공개센터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회 명단에 대해 교육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교육부 역시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어진 정보공개소송에서 교육부는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회 명단이 공개될 경우 심리적인 압박으로 집필 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교육부의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는 사안이고 청소년 역사관 형성에 중요한 문제로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교육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해당 판결은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위원 명단의 비공개 역시 정보공개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정보공개심의회 업무 성격상 위원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을 별다른 이유가 없고, 비공개를 주장하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아 앞의 두 사례와 유사한 판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부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국민의 알권리 확대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심의회를 대면심의를 원칙으로 정하고 내·외부 위원 명단을 모두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에는 임기 초반인 2022년에는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위원의 성명만 공개하다가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의혹 등 인사문제가 불거진 후인 2023년부터는 '김**'과 같은 식으로 비식별 처리를 하여 공개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외부 위원의 명단을 아예 비공개를 해버렸다. 정보공개심의회 명단 공개로만 보면 대통령실의 정보공개 수준은 윤석열 정부 시기보다 되려 후퇴한 셈이다. 명색이 국민주권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가볍게 여겨서야 되겠는가. 지금이라도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방침을 개선해 위원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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