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의 달라달라> 4화 중 한 장면딤섬 집에서 함께 식사하다가 명언이 탄생하는 장면
넷플릭스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
별것 아닌 이런 대화가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그건 아마 나 역시 그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화의 롤러장에서도 비슷한 장면(나이듦을 직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롤러장에 가기 전날, 이서진은 롤러를 타고 뒤로도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롤러장으로 가는 길에 말이 싹 바뀌었다. 요즘은 롤러는커녕 신발을 신고 서있기도 벅차다고.
그래도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한 발 한 발 내딛던 이서진은 좀 적응하는가 싶더니, 이내 꽝,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소싯적에 롤러 좀 타봤다던 이우정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입장 5분 만에 퇴장하는 결말.
서로 내일 몸이 괜찮을지 걱정이라는 대화를 주고받는데 나PD가 나타나 롤러장 안의 상황을 전해준다. 30대 친구들은 넘어지면 즐거워서 깔깔깔 웃는데 여기는 넘어지면 "괜찮으세요?" 하고 메디컬 체크를 한다고. 이우정 작가는 "미안하다, 못 타겠다"며 이서진의 명언(?)을 패러디했다.
나이 들어감을 애석해하지만, 그저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다. 현재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즐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청춘의 시간을 무언가와 바꿔 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젊음의 생기와 에너지를 지불한 자리에 지혜와 경험, 그리고 '쓸데없는 잡담을 킬킬대며 나눌 친구'를 얻었다면 꽤 성공적인 교환이 아닐까.
나는 그 시절의 청춘을 지불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20년 전을 회상하자, 아련함이 훅 밀려왔다. 봄의 벚꽃이 만개한 것 같은 시절. 그러나 곧 그 시절에 애썼던 일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뒤따랐다.
'아흑, 나는 통장 잔고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구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써서 20년 뒤에 무엇으로 돌려받을 것인지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서 쌓은 경력과 편견 없이 쓸데없는 잡담을 나눌 친구가 곁에 있다면, 지금보다 20년 후가 더 풍요로울 게 분명하다.
남편과 나는 총 6화의 프로그램을 다 보고는 "이게 왜 재밌지?", "우리 예능을 보고 이렇게 깔깔 웃은 거 오랜만이지 않아?"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재미의 실체는 그들이 청춘과 맞바꾼 노하우와 긴 시간 쌓아온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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