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 직원들과 함께 한 하주현 이사장(맨 오른쪽)
하주현
- 발그래가 고집하는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원칙이 실제로 어려운 결정의 순간에 발현된 적이 있는가?
"여덟 가지 원칙이 있지만, 그중 세 가지만 소개하겠다. 첫째, 조합의 성장과 이윤은 모두 약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둘째, 더 많은 고용을 위해 자동화를 최소화한다. 셋째, 지역 사회, 지역 대학과 연계한다. 이 원칙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향을 잡아주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비누를 만들 때, 다른 곳에서는 자동화로 비누가 척척 만들어지지만, 발그래에서는 교반기(섞는 기계)를 사용하는 과정까지만 기계로 하고, 이후 비누를 자르고 성형하고 포장하는 과정은 모두 청년들의 손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해야 청년들의 일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이 자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하고, 아들딸이 만든 제품을 주변에 선물하고. 뿌듯해하신다.
- 장애인 근로자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더라. 그런 사례가 있는지?
"우리 제품 중 하나인 장애인식 보드게임을 포장할 때는 70개의 쿠폰을 넣어야 하는데, 어떤 청년들에게는 숫자를 세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쿠폰을 10개씩 올릴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청년들이 계산하지 않고도 하나씩 올리기만 해도 10개 단위로 정확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뜨개 장난감을 활용해 수세미를 만드는 등, 청년들이 간단한 동작으로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 발그래로부터 전혀 월급을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 되어 조언해 주는 위치가 된 지금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버틸 수 있는 '창업 동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장애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직원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에게는 이분들이 가장 소중한 동지이다. 발그래에서 내부 승진을 통해 조직의 역사를 아는 인재들이 계속 리더십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 직원 중 한 명은 내 제자이며, 앞으로도 지역의 인재를 흡수하며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 발그래와 같은 대학 연계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맞다. 지방 대학이 지역 사회를 살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 시설은 지금 교육 및 복지 시설로만 한정되어 있어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노유지 시설이 들어오기 어렵다. 대학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나? 법적 규제가 풀려야 지방 대학의 유휴 시설을 활용하여 장애인 평생 교육 시설 등을 만들 수 있다."
- 발그래 직원들과 함께했던,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허리 통증으로 발그래를 그만둔 청년이 있다. 그 친구는 매일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르고 전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은 아파서 일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은 갈 곳이 없어 외롭다. 다른 직장으로 전환 취업했던 청년들이 상처를 받고 다시 발그래로 돌아오는 사례를 볼 때도 마음이 무겁다. '야!'라는 말 한마디도 그들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 장애인 고용 기업에 해주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무엇인가?
"장애인에게는 생활 연령에 맞춰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활 연령이 30세라면 30세 성인으로 대우해야 한다. 함부로 이름을 부르거나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청년들이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 세계를 무서워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 발그레의 10년 후 꿈은 무엇인가?
"정기 구독 제도인 '나눔회원'이 현재 200명인데, 10년 후에는 1만 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눔회원' 제도는 발그레 제품과 다른 장애인 고용 기업의 제품(대전 견과류, 양산 꿀, 영암 잼)을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발그래의 성장이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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