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오후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 9차 회의가 열리는 대전 서구 둔산동 KW컨벤션 앞에서 대전·충남 송전탑 건설 백지화 대책위원회와 주민 약 10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사상 최대 규모의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34만 5천 볼트 송전선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4만 5천 볼트 송전선은 장거리 송전용으로, 대부분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국가기간 전력망 종합정보시스템(https://www.k-gridinfo.kr/power-grid/index.do)에서 확인된다.
2025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이 시스템에 나와 있는 송전선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전남, 전북, 충남, 대전, 세종, 충북, 강원, 경북, 경기 등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들이고, 대부분 34만 5천볼트짜리다. 도(道)지역의 경우에는 지나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국가기간 전력망 종합시스템에 나와 있는 34만 5천볼트 송전선들
국가기간전력망종합시스템
그리고 이 송전선들은 대부분 지상에 건설된다. 지중화되는 구간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전의 송전선 건설 이력을 보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상에 송전선을 건설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중화율을 보면, 초고압송전선이 많이 건설되어 있는 충남은 지중화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의 송전선 지중화율이 90%에 달하는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철탑이 1만개 이상 땅에 꽂히게 돼
그렇다면 이 송전선들로 인해 땅에 꽂히게 되는 철탑은 몇 개나 될까? 필자는 34만 5천볼트 송전선과 그 보다 전압이 낮은 15만 4천 볼트, 7만 볼트 송전선까지 합친 숫자를 한전 내부자료에서 찾았다. 2025년 3월에 작성된 '10차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가공 송전 시공자원 중장기 확보계획'이라는 문건에 나와 있는 신규 철탑 숫자는 무려 1만787개에 달했다.

▲한전의 <10차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가공 송전 시공자원 중장기 확보계획>
한국전력
이 문건이 작성된 경위는 2029년부터 2031년까지 너무 많은 송전선을 한꺼번에 건설하게 되면서 자재와 장비가 부족해지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역대급 '송전선 공사판'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송전선 건설업체들과 자재·장비 공급업체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에는 1만 개가 넘는 송전철탑들이 들어서게 된다.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 소음 피해, 경관 피해, 재산가치 하락 피해 등을 입게 될 것이다.
송전선이 지나가게 되면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도 근본적으로 제약받게 된다. 송전선 주변으로 귀향·귀촌·귀농하려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원시적'이라고 한 송전선 공사, 계속할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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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식의 대규모 송전선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송전선 건설에 들어가는 돈은 결국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한전은 2038년까지 72조 8천억 원을 송전선, 변전소 등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전북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쭉쭉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 전기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시설·공장이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지산지소)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한전이 계획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한전은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송전선 건설은 이런 식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34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답이다. 그와 연결되어 있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한전과 관료들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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