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미즈호 페이페이돔구장.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으로 개폐식 돔구장이다.
김용국
그런데 왜 일본 야구팀은 '사무라이'라는 명칭을 사용할까. 사무라이는 일본 봉건시대의 무사로, 메이지 시대까지 지배층으로 권력을 누렸던 계급이다. 일본은 아직도 사무라이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야구 역시도 사무라이처럼 강인한 정신과 체력으로 무장해서 시합에 임하겠다는 각오로 만든 명칭이라고 한다.
'사무라이 재팬'은 2009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사용됐는데, 야구도 무사들 간의 비장한 대결로 보는 문화인 것이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한국 야구팀을 화랑도 정신을 이어받은 '화랑도 코리아'라고 부른다면 어떨까. 아마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일 것이다.
일본에 야구가 들어온 것은 1872년 메이지 시대다. '야구'라는 명칭도 1894년 일본이 처음 만든 단어다. 당시 일본은 부국강병과 군국주의로 상징되는 시대였고, 세계 침략전쟁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야구 역시 전쟁과 무관할 수 없었다.
야구 용어부터가 찌르고(刺), 죽이고(殺), 죽는(死) 것을 뜻하는 단어가 주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몸에 맞는 공을 사구(死球), 두 명이 동시에 아웃되는 것을 병살(倂殺), 도루에 실패한 것을 도루자(盜壘刺)라고 하는 식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도 이 용어들을 수십 년간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 야구 용어와 문화를 다년간 연구해 온 마츠이마히토는 논문 "스포츠와 레토릭, 일본 야구에서의 메타포"에서 일본에 야구가 들어온 초창기부터 '야구는 전쟁'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전쟁에서의 명령 복종이 야구에서는 감독이나 선배에게 절대복종하며 상하관계가 엄격한 문화로, 적에게 항복하거나 포로가 되기보다 장렬히 전사를 택하는 것은 고교야구에선 명백히 잡힐 것을 알면서도 헤드슬라이딩을 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또한 일본 문화에서는 지휘관(감독)의 지휘 아래 적의 수비를 파괴하면서 1루를 출발하여 홈으로 생환하려는 공격진을, 수비진이 찌르거나 죽여서 막는 전투라는 이미지로 야구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명칭이 탄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역 근처 상가에 오타니 쇼헤이의 광고가 걸려있다. 일본에서 오타니 광고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김용국
일본 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야구뿐 아니다. 방송이건, 신문이건, 서점이건, 길거리 광고판이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본인들에게 오타니는 훌륭한 야구 선수 그 이상의 존재다. 한 일본 여성에게 물어보니 "국민에게 존경받는 존재"라고 답한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서 그것을 실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뿐이랴.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항상 장벽처럼 느껴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야구를 제패하고 있으니, 야구에서라도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아닐지 싶다.
일본 야구 역사는 한국보다 훨씬 오래됐다. 선수층도 두껍고, 야구장 규모가 한국보다 크다. 구장별 관중석이 최소 3만~4만 석이 된다. 돔구장도 6곳이나 된다. 일본은 좌석 수가 많은데도 한국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특히 후쿠오카의 페이페이돔은 세계에서 입장료가 제일 비싼 돔구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잠실야구장서울 잠실야구장의 . 1루 응원석에서 바라본 경기장의 모습이다.
김용국
'떼창' 한국 야구장이 그립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야구장 몇 곳을 다녀보니 한국 프로야구가 더 매력적인 점이 있다. 바로 응원 문화다. 한국은 응원단장 주도로 치어리더와 함께 조직적인 응원이 이뤄진다. 선수별 응원가와 구호는 물론, 팀마다 고유의 응원가와 율동이 있다. 팀별 특유의 응원 색깔이 있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파도타기와 같은 응원이 물결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사직야구장이다. 상황에 맞추어 쩌렁쩌렁한 반주로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바닷새>를 떼창한다. 사직 노래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9회를 마칠 때까지 응원이 그치지 않는다. 세 시간 동안 일어서서 응원하느라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일본은 일단 스피커를 사용한 응원이 없다. 악기는 트럼펫이나 북이 전부다. 선수 응원가는 있지만 육성 응원은 일부 응원석에서만 들린다. 대체로 조용하다. 일부 지정 공간을 제외하면 경기 도중 일어서서 응원하는 것도 금지다. 조용히 관람하기는 좋지만, 한국처럼 열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홈런을 치면 손뼉 치고 좋아하는 정도다.
만일 롯데 팬들에게 일본 야구장의 점잖은 응원 문화를 권한다면? 답답하고 숨이 막힐지도 모를 일이다. 떠들썩하고 열기 넘치는 야구장을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한국 야구장이다. 떼창으로 <아파트>와 <그대에게>를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한국 야구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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