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시설보호율의 하락 추이는 미비하다. 국가의 정책기조가 가정보호 우선임에도 그렇다. 국가의 방임아래 희생되는 건 아이들의 삶이다.
김지영
[제2기(2012~2020)] 법은 있으나 회의는 없었다
2012년 8월 아동복지법이 전부 개정됐다. 핵심은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설치였다. 보호아동을 시설에 보낼지 가정에 보낼지에 대한 결정을 전문가들이 모여 심의하게 했다. 보호조치, 퇴소, 원가정 복귀, 친권 제한, 위탁, 입양 등 모두 이 위원회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2022년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연 4회 이상 위원회를 연 곳은 8개, 3%였다. 한 번도 열지 않은 곳이 114개였다(보건복지부, 제16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 회의자료).
왜 열지 않았을까. 위원장이 시장, 군수, 구청장이었다. 아이 한 명의 보호조치를 결정하려면 지자체장의 일정을 잡아야 했다. 처음부터 작동할 수 없는 구조였다. 담당자들은 단체장 일정을 잡지 못해 위원들에게 서류를 돌려 서명만 받거나 직권 처리했다.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의 상황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서류 한 장을 여러 사람에게 돌려 사후 심의를 받는 것이다. 아이를 직접 본 사람도, 현장 맥락을 아는 위원도 없었다. 2020년 이전에는 이런 형식적인 절차조차 건너뛰고 직권 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특히 친권이 없는 유기아동의 경우 위탁이나 입양 등의 보호조치가 최우선으로 검토되어야 했지만 아이들에게 그건 사치였다. 발생하면 전화하고 시설로 보낸 후 종결 처리하는 게 관례였다. 받아 줄 가정이 있는데 아이들은 시설로 갔다. 삶이 그렇게 버려졌다.
회의 개최 여부가 아이의 삶을 갈랐다.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연 지자체의 가정보호 비율은 높았다. 심의를 열면 시설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검토했다. 심의가 없는 곳에서는 검토 자체가 없었다. 어느 지자체에서 태어났는지가 아이의 삶을 바꿨다.
2012년 법 시행 이후 9년 동안 시설보호율은 73.2%에서 66.3%로 낮아졌다. 겨우 연간 0.77%였다. 이 속도로는 수십 년이 지나야 가정보호율이 의미가 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시설로 들어갔고 또 시설에서 퇴소했다.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무얼 하며 살까.
보호대상아동의 사연도 달라졌다. 2012년에는 미혼 부모, 혼외자, 유기, 부모 빈곤, 이혼이 주를 이루었다. 2017년이 되자 35%였던 가정학대 비율이 2021년 48.3%로 뛰어올랐다. 신고 의무 강화와 사회적 인식 변화 때문이었다. 제도가 감춰지고 은폐됐던 현실을 밖으로 드러냈다.
학대로 부모와 분리된 아이에게는 친권이 여전히 살아 있다. 원가정에 돌아갈 수 있는지, 위탁가정에 갈지 시설에 갈지, 모두 신중하게 살펴야 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판단은 담당 공무원 혼자의 몫이었다. 가장 손쉬운 선택은 시설이었다. 복잡한 행정절차로부터 해방이었고 시설을 감시하는 관리자로 갑의 위치를 강화하는 수단이었다.
법은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친권 제한을 심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니 이 난해한 결정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갔다. <서울신문>이 서영교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대법원 자료를 보면 2020~2024년 가정법원이 친권 상실을 인용한 판결은 연평균 87건이었다. 같은 기간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연평균 2만 4500건이었다.
학대 100건 중 0.35건만 친권을 잃었다. 학대 받은 아이들이 시설로 가도, 부모의 친권은 그대로였다. 아이들이 위탁이나 입양으로 시설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친권이라는 벽이 가로막아 버렸고 지자체 위원회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예 회의조차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3기(2021~)] 이름이 바뀌었으나 구조는 남았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 개회현황(2022년).
김지영
2020년 12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2021년 6월 30일부터 지자체별로 사례결정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위원장을 단체장이 아닌 전문가로 교체하고, 실질 심의를 하도록 했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의 실패를 교훈 삼아 만든 기구였다.
하지만 이 위원회를 실제로 운영하는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알면 다시 막막해진다. 신설 직역인 아동보호전담요원이다. 직급은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 마급'이다. 주 15~35시간 근무, 최대 5년 계약, 연봉 약 2500만 원(2023년 기준)이다.
같이 일하는 정규직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전국 평균 14.9개월 만에 다른 부서로 간다(뉴스1, 2024.9, 김예지 의원실). 이래서 업무 전문화는 요원하다. 보호아동의 발생 사례는 변수가 그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누적된 경험도, 전문 교육도, 직업 안정성도 없는 공무원들이 아이들 평생의 삶을 가르는 저마다의 특별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보건사회연구 논문(정선욱, 김형태 외, 2023)은 사례결정위원회 현장을 "형식적 절차적 기능에 머무는 경우와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혼재한다"고 썼다.
아울러 판단 기준도 없고, 결정 사례가 축적되지도 않았으며, (비슷한 사례인데) 옆 지자체와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고 했다. 위원회의 이름은 바뀌었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국가의 방임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2023년 정부 발표에 의하면 보호대상아동 중 가정보호가 46%로 39%인 시설보호를 처음 앞질렀다. 언론은 정부의 말을 받아 탈시설의 성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착시가 있다. 2022년부터 일시보호가 통계 분류에서 빠졌다. 전체 보호아동 수가 2020년 4120명에서 2023년 2054명으로 반 토막 났다. 시설이 비어가고 있는 것이지 아이들이 가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방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든 사례결정위원회든 혹은 담당자 직권이든 공적 결정 과정을 거쳐 보호조치가 완료된 아동에 대한 사후 추적 과정은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한번 내려진 결정에 대한 사후 확인 구조가 없었다. 그 결정이 온당했는지 혹은 결정 후 아동의 개별적 상황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보호조치의 필요성은 검토되지 않았다. 한번 시설로 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자랐고 18세가 되면 혼자 사회로 떠밀려 나와 살아야 했다.
2022년부터 25세까지 연장이 가능해졌지만 실제로 연장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본인이 신청해야 하고 지자체가 승인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신청하지 않으면 퇴소라는 구조가 유지된다. 현장 종사자들은 지금도 상당수의 아이들이 18~19세가 되면 홀로 나간다고 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제도 실패가 아니라 실패하게 내버려뒀다

▲아동보호 사례결정체계 국가비교
김지영
해외 사례를 둘러보자. 영국과 미국, 독일 세 나라는 모두 '시설은 마지막 선택지'라는 원칙을 법과 현장에서 엄격하게 지켜낸다. 결정기구, 판단기준, 결정 후 추적 이 세 가지를 한국과 비교하면 무엇이 빠져있는지 보인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담당자 개인이 아닌 구조화된 기준으로 결정한다. 둘째, 가정위탁에 충분한 국가 지원이 주어진다. 셋째, 결정 이후 이행을 추적하는 공식 체계가 있다. 한국의 사례결정위원회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없다.
세 나라 제도 안에는 아이를 보호 결정하는 '기준'이 있고, 그 결정이 '추적'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안정적'인 직업 보장을 받는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이름을 어떻게 바꾸어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지난 70년이 그 증거다.
미국은 아동보호 결정에 표준화된 위험평가 도구를 쓴다. 담당자가 누구든 지역이 어디든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 영국은 보호조치 후 10일 안에 담당자, 교사, 의사가 모여 아이 상황을 확인하는 회의를 연다. 이를 3개월마다 반복한다. 한국은 보호조치 결정이 실행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과정은 분절되고 담당자는 바뀐다. 아이가 잘 있는지 묻는 구조조차 없다.
60년간 심의기구 없이 시설이 기본값이었다. 2012년 법이 생겼지만 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2021년 사례결정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담당자는 시간제 계약직이고, 기준이 없으며, 결정 이후 추적은 없다. 그 사이 시설로 간 아이들은 자랐다. 2012년 이후 10년 동안에만 공식 통계로 확인되는 숫자가 3만 5천 명이 넘는다. 그들은 18세에 퇴소했고, 혼자였다.
국가가 방임한 것을 아이들이 자신의 삶으로 치렀다. 제도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게 내버려뒀다. 그 비용은 납세자인 우리들이 내지 않았다. 아이들이 냈다.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어린 아이들이었다.
2024년 기준 아동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국내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아동 숫자는 1만 3242명이다. 공적 제도를 통해 시설로 보호조치 된 아이들이다. 국가로부터 아이의 경로는 결정되었지만 아직 아이의 삶은 결정되지 않았다. 국가의 결정이 옳았는지 우리 사회는 묻지 않는다. 그 물음의 공백을 아이가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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