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아파트 거래에 매겨지는 세금. 두 채 이상 부터는 기본 거래세에 더해 20%에서 30%까지 세금이 추가되고, 외국인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60%의 세금이 추가됩니다.
IRAS SINGAPORE
내국인에게도 엄격합니다. 무주택자가 첫 집을 살 때는 세금이 거의 없고 보조금까지 지원하지만, 두 번째 집을 살 때는 20%, 세 번째 집은 30%의 추가 취득세를 물립니다. 여기에 재산세 역시 실거주 주택에는 관대하지만, 임대 목적의 주택에는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합니다.
싱가포르에서 다주택자가 되어 임대 수익을 노리는 것은 세금 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투자가 됩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가치를 법과 제도로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주택보급률은 110%를 초과하고, 자가점유율 역시 약 90%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면서도 자가점유율은 60%를 밑도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한국이 넘어야 할 벽,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의 효용은 성과로 증명됐지만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합니다. 싱가포르는 건국 초기 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강력한 정부의 의지로 토지 장악이 용이했으나, 한국은 사유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하고 국유지 비중도 낮습니다. 또한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인들에게 집값 안정은 곧 내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인식되기에 정서적 저항도 큽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은 주택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합의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춤을 추는 냉온탕 정책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서민을 위한 저렴한 주택 공급과 실거주자 중심의 세제 설계는 정파를 떠나 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싱가포르는 HDB 분양 시 민족 간 할당량(EIP)을 정해 놓아 여러 민족이 섞여 살도록 강제합니다. 우리도 좋은 위치의 아파트에 청년과 노인, 분양과 임대, 일인 가구와 대가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정교한 할당 제도를 도입한다면, 아파트가 특정 계급을 나타내는 폐쇄적 공동체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을 이긴 정부가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의 60년 역사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집값은 시장에만 맡겨둘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토지라는 공공 자원을 관리하고, 금융 시스템으로 국민의 구매력을 지원하며, 세제로 투기 수요를 억제할 때 비로소 서민의 삶은 안정됩니다.
싱가포르가 60년 전 폐허 위에서 꿈꿨던 모두가 내 집을 소유하는 사회, 이제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그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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