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갑)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유성호
[기사 대체 : 3일 오후 9시 20분]
법원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당한 주호영 의원이 당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3일 기각했다. 주 의원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무소속 출마' 등 추후 대응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결정문 속 주호영 "내가 장동혁 대권 경쟁자 될까 봐 컷오프" 주장도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주 의원 측에서)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로는 국민의힘이 당헌, 당규에서 정한 절차를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객관적 합리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주 의원은 ▲ 컷오프의 경우 사전에 회의 개최 일시를 통지하고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사전 통지나 그런 기회가 없었던 점 ▲ 컷오프 반대 표결 당시 가결 절차가 누락되고 표결 결과 발표가 없었던 점 ▲ 자신이 당규에서 정한 공천 부적격 기준 등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언급하며 컷오프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관위는 대구시장 선거 또 다른 공천 신청자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공천 배제했는데, 관련해 이진숙을 향후 재보궐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컷오프 결정은 공천 심사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당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컷오프 결정의 배경에 대해, 추후 자신과 장동혁 당대표가 대권 경쟁을 할 것을 우려해 당이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주 의원은 "자신이 대구시장에 당선될 경우, 당대표 장동혁의 대선 후보 경쟁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당이 자신을 미리 제거하려는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헌법과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에 따라 정당의 공천 과정 및 공천 후보자 결정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관련 법령상 기본 원칙이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당의 공천 과정은 정당의 지지·추천을 받아 공직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정하는 고도의 정치적 의사 결정"이라면서 "개인에 대한 침익적 성격이 강한 징계처분 등과 비교해 그 자체로 정당 활동의 자율성 보장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표결 절차 등 다소간의 잘못이나 이례적인 부분이 있어 보이기는 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공관위) 회의에서 이루어진 자격 심사 절차나 (컷오프) 결정 내용을 무효라고 볼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일축했다.
무소속 출마? 주한 연대?... "이진숙 만나 입장 들어보고 판단할 것"
주 의원은 곧장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의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공천 배제 문제를 두고도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 데 대해 많은 당원과 시민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결정대로라면 정당은 절차 위반 사안 외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린 셈"이라며 "헌법, 정당법, 공직선거법과 우리 당 당헌에서 공천 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장식으로 전락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후 대응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주 의원은 "재판부의 결정문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면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나눈 통화에선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정당이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내더라도 사법적 통제 대상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진숙 후보와도 만나 입장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주호영 컷오프 결정 유지... 이진숙 재심 청구 기각
한편 이날 오후 7시께 공관위는 주 의원의 컷오프 결정을 유지하고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공관위를 상대로 낸 재심 청구를 기각하기로 했다. 박덕흠 공관위원장은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구시장 당내 경선은 지난 3월 22일 확정된 그대로 진행하기로 (공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무소속 출마 시 당에서 대응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주 의원님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당을 사랑하는 분이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공관위 결정을 "6.3 지방선거를 패배로 이끄는 자폭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시민 경선을 통해 대구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무소속 출마자 간 별도의 경선을 거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대표는 장동혁인가, 남부지법 부장판사 권성수인가?"라며 장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장 대표는 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는데, 이번엔 주 의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그대로 따랐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는 권 부장판사인 셈"이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이 무소속 출마를 선택할 경우 대구시장 선거 구도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 시 이른바 '주한 연대'를 연출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주 의원은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에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자 "내가 여기(국민의힘) 있을지, 또 나갈지도 모르는데..."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