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3 16:08최종 업데이트 26.04.03 16:08
  • 본문듣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가 열린 17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가 열린 17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연합뉴스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을 떼어먹은 쿠팡에 죄가 없다는 엄희준 검사의 판단이 틀렸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쿠팡에 퇴직금을 달라고 청구한 노동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인천지방법원 민사54단독 이종광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쿠팡 물류센터 운영 주체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상대로 한 노동자 A씨의 202만 8197원의 퇴직금과 그에 따른 지연 이자 청구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쿠팡CFS는 국내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A씨가 1년 이상의 계속근로기간이라는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퇴직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를 도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 A씨가 근로기간 전체를 통틀어 주당 평균 3.63회 근무하는 등 상시적이고 정기적으로 근로를 제공했고 ▲ 근로기간 전체를 놓고 볼 때 중대한 근로기간 단절 없이 근로를 계속적으로 제공했고 ▲ 쿠팡CFS와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퇴직금 청구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결국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을 야기한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고소인이었고, A씨 퇴직금 미지급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만큼,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쿠팡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체불을 인정한 첫 민사 판결로 의미가 매우 깊다. 특히 현재 쿠팡CFS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의 퇴직금 체불 혐의에 관하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들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민사법원에서 1차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한 "검찰은 불기소결정 당시 법리적으로 퇴직금지급 의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결정 근거를 뒤집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하는 엄희준 검사
기자회견 하는 엄희준 검사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엄희준 검사가 2월 27일 서울 서초구 안권섭 쿠팡·관봉권 상설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기소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A씨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쿠팡CFS 부천2센터에서 근무했는데, 쿠팡CFS는 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를 비롯해 퇴직금을 떼인 노동자 8명은 쿠팡CFS 엄성환 당시 인사부문 대표이사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를 진행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2025년 1월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엄성환 대표이사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엄희준 검사가 이끌었던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고, 쿠팡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사건 담당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청장 엄희준 검사가 자신을 패싱해 주임검사에게 쿠팡 무혐의 처분을 지시하는 등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비판이 커지자, 쿠팡은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A씨에게 민사소송 합의를 종용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이어갔고,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아든 것이다.

쿠팡CFS 엄성환 전 대표이사와 정종철 현 법무부문 대표이사 등은 관봉권·쿠팡 특검에 의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오는 6일 1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또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당시 부천지청 지휘부 엄희준·김동희 검사는 5월 20일 1차 공판에 검사가 아닌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선다.

[관련기사]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 연속보도 https://omn.kr/2foip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