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워싱턴 D.C. 백악관 크로스 홀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잠시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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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분명해지고 있는 지점이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 거의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 거기에서 손 떼겠다',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직접 가서 기름을 가져와라', '그런데 미국의 원유를 사는 방법도 있다'.
과거엔 미국이 전쟁을 벌일 때, 석유 이권을 비롯한 특정 세력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진단이 '음모론'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놓고 말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이문영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말한 '우아한 위선의 시대가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는 진단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다.
고유가 시대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고유가 시대'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실제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쟁 추경"을 통해 민생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석유·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책과 더불어 반드시 검토했으면 하는 방안이 있다. 군사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국방부는 유류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비중은 알 수 없으나, 한미연합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의 빈도와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점에서 막대한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군용기, 전투차량, 함정 등에 사용되는 연료는 석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군사훈련의 규모 축소가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안보를 무시하는 철없는 발상'이라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적 변화'를 추구하면, 오히려 안보가 튼튼해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선택적 변화'란 한미동맹의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의 2부인 '반격→점령→안정화→통일 달성'에서 반격은 유지하면서도 '점령, 안정화, 통일 달성'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또 한국군 자체 훈련에서도 이러한 요소를 제외하자는 것이다.
점령과 안정화 작전 훈련에는 육·해·공 모두에서 막대한 병력과 무기·장비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훈련을 제외하면 상당량의 유류를 절약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이러한 계획에 투입되는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절약해 민생과 경제 개선에 투입할 수 있다. 탄소 배출도 크게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익이다.
대한민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이유

▲지난해 8월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방향으로 국방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자주국방과 안보에도 크게 기여한다. 우선 이재명 정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흡수통일을 추구할 의사가 없다고 말해온 만큼, 상기한 조치는 이를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평화공존'이든, '평화적 두 국가'든 새로운 남북관계의 토대를 닦아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비통제 여건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조건의 문턱을 크게 낮춰 자주국방 조기 실현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 방위'로의 선택과 집중은 안보의 경제성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고도 강력한 억제 능력과 태세 구축을 가능케 한다. 이는 국방의 범위 한반도 전체로 설정하는 것과 한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국방의 재정의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방어와 격퇴에 초점에 맞춰졌던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에 '전시 무력통일론'이 포함된 배경에는 한국군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또 지상군 투입을 갈수록 꺼리는 미국의 입장을 볼 때, 전시에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통일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의 선택이 더 중요해진 까닭이다.
한미관계의 역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막대한 대미 투자와 에너지 수입 증가로 대미 종속성이 강화될 소지도 있다. 그래서 한국과 조선(북한)의 평화공존은 더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미국이 핵보유국 조선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교정하지 못하면 한미관계의 갑을관계는 극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여 자강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조선은 이미 이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규약을 바꿔 '남조선 혁명론'을 내려놓았고, 김정은 정권은 '적화통일'이나 '무력통일'을 추구할 생각이 없다고도 말한다. 이걸 조선의 선의로 해석하거나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우리의 자강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는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유사시 흡수통일론을 깨끗이 내려놓고, 여기에 투입해온 막대한 자원을 우리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환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강해지고 이로워지면서도 '상호 주권 존중과 평화공존'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도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나를 이롭게 하면서 관계도 이롭게 한다는 뜻의 이기이관(利己利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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