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클로드코드 제품매니저 캣 우가 2025년 3월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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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최대한 빨리 현실과 충돌시켜라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캣 우의 답은 이렇습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데 2주를 쓰지 말고 하루 만에 작동하는 것을 만들어 틀렸는지부터 확인하라. 이것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일의 순서와 목적 자체를 바꾸라는 말입니다.
기존 방식에서 문서는 실행의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캣 우가 말하는 방식에서 문서는 검증의 결과물입니다. 먼저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을 만들어 가정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맞다고 판명된 것만 문서로 기록합니다. 문서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입니다.
그녀는 2024년 10월부터 매번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오픈소스 화이트보드 도구 엑스칼리드로(Excalidraw)에 표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을 클로드 코드에게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모든 모델이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오퍼스 4.6(Opus 4.6)에 이르자 전문 개발자 앞에서 라이브 시연이 가능할 만큼 안정화되었습니다.
이 실험이 증명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가 아닙니다. "불가능하다"는 전제 위에 설계된 모든 우회로와 임시 구조가 단 한 번의 모델 업데이트로 불필요한 "사족"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기능을 추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대에 뒤처진 가정 위에 세워진 기능을 과감하게 걷어내는 사람입니다.
4. 일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합니다
캣 우의 이야기를 AI 업계 종사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로 읽는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특정 직군만의 것이 아닙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물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작성하는 기획서의 구조는 모델 업데이트 한 번으로 전제가 바뀌는 환경에서도 유효한가. 기획의 완성도가 아니라 기획의 수명을 먼저 물어야 합니다.
개발자는 물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짜고 있는 이 코드의 구조는 세 달 뒤 AI가 같은 기능을 열 배 빠르게 구현할 때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가. 코드를 잘 짜는 것과 무엇을 짤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제 전혀 다른 역량입니다.
기업 경영진은 물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는, AI가 데이터 분석과 초안 작성을 대신하는 환경에서도 지금의 속도와 단계가 필요한가. 느린 협의 구조는 AI 시대에는 비용입니다.
정책 입안자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설계하는 규제와 지원 체계는, 기술이 정책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에서 무엇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가. 어제의 기술 지형을 전제로 만든 정책은 발효되는 순간 이미 낡아 있습니다.
투자 심사역은 물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검토하는 이 기업의 경쟁 우위는 여섯 달 뒤에도 같은 이유로 유효한가. AI 시대의 투자 기준은 현재의 제품이 아니라 그 팀이 전제를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AI를 도구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AI를 일의 전제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는 것입니다.
AI 산업은 지금 모델 개발 경쟁에서 제품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존 AI 모델들이 가능성을 열었다면 이제 그 가능성을 실제 워크플로(workflow, 업무 처리 흐름)로 번역하는 능력이 다음 경쟁의 축이 됩니다. 모델을 빠르게 만드는 것과 그 모델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며, 캣 우는 바로 그 간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압축한 원칙은 단순합니다. "단순하지만 작동하는 것을 만들어라(Do the simple thing that works)." 이 문장의 무게는 단순함이 아닌 '작동하는'에 있습니다.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행입니다. 분석이 아니라 충돌입니다. 가정을 현실에 던져 넣고, 부서지는 것을 보고, 부서지지 않은 것만 남기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더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일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하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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