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 이 사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들면서 미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파괴되었다. 이날 이란의 공격으로 최소 12명의 미군 병사가 부상을 입었고 그중 2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걸프 국가들 입장에서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불길한 교훈은 미군기지가 더 이상 안전의 표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미군이 주둔한다는 사실 자체가 억지력과 보호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그 기지가 보복과 긴장을 끌어들이는 좌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사시설이 방패가 아니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질서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패권은 남의 땅에 군사시설을 세울 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시설을 받아들인 나라들이 그것을 자기 안전의 일부로 믿을 때만 유지된다. 그런데 이제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질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내놓은 평화구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의 완성도보다도,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사후 질서를 미국 밖의 나라들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전쟁은 워싱턴이 밀어붙였는데, 평화의 언어와 중재의 형식은 베이징과 이슬라마바드 쪽에서 나오고 있다. 누가 총을 먼저 쐈는가보다 누가 전쟁 뒤의 문장을 먼저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미국 패권의 약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이 따로 조율에 나선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주변국들이 이제 미국이 빠진 상태, 혹은 미국만으로는 충분히 관리되지 않는 상태를 현실적인 조건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는 지금 미국 없는 질서 관리의 예행연습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전쟁이 드러낸 것은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아니다. 나토의 균열, 호르무즈의 혼란, 평화 구상의 분산은 미국이 전쟁 뒤의 질서를 더 이상 독점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한 타격 능력은 남아 있지만, 패권의 핵심 기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이 모든 장면 뒤에는 미국 국내 정치의 한계도 놓여 있다. 트럼프는 군사적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말을 쏟아냈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장기전을 감당할 의지도, 그 비용을 계속 받아들일 준비도 충분하지 않았다. 바로 그 불일치 때문에 이번 연설은 승리의 자신감이라기보다, 더 끌고 가기 어려운 전쟁 앞에서 먼저 명분을 만들고 출구를 정당화하려는 말에 가까웠다.
미국의 쇠퇴란 미국이 가난해지거나 약소국으로 전락했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은 아직도 압도적인 군사력과 막대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 힘이 더 이상 세계를 조직하는 힘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럼프의 4월 1일 연설은 그 사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는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은 끝내지도 책임지지도 못하는 전쟁 앞에서 패권의 무능을 고백하고 있었다. 그 연설은 승전사가 아니라, 세계를 주도하던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스스로 실토한 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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