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2 12:25최종 업데이트 26.04.0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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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1일 이재명 정부는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선언하는 '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 불허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빚내서 세 살고, 집 사라' 정책의 종말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들었다.

2월에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제안했던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불허는 기존에 없던 참신한 정책이고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심장이 뛰는 구호였다. 그러나 이내 흥분이 가라앉았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을 어떻게 절연시킬 것인지?', '이번 발표와 향후 예정된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대출규제로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등의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행 수단이 없거나 부족한 정책 목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우려가 크다.

과거 정부에서 새로운 대출 규제 도입이 주택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LTV, DTI 등 체계적인 '부채 관리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을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했다.

두 정부는 모두 서울과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강남의 국민주택규모 재건축 예정 아파트 가격이 노무현 정부 때 10억 원을 넘어섰고, 문재인 정부 때 20억 원을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가 교차하는 2025년에는 30억 원을 넘어섰다.

다주택자 규제만으론 현금부자들의 도박을 막을 수 없다

향후의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적게는 수 억 원에서 많게는 수 십 억 원을 빚내서 혹은 전액 현금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입해서 거주하는 1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의 가격 폭등을 만들고 있다.
집을 팔고 사기를 반복하며 상급지로 이동하는 1주택 실수요자도 똘똘한 한 채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서울과 강남 아파트 가격의 폭등을 막기 어렵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강남 불패 신화를 믿으며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현금 부자들의 도박을 막을 수 없다.

다주택자와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필요하다.동시에 실거주 1주택자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전세 대출 확대가 갭투기의 자양분이 되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은 자산 거품을 만들고 가계의 신용 위기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맞추어 대출한다는 금융의 기본원칙은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 연장 모두에 적용되어야 한다.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역대 정부 모두 실패한 정책 목표를 이재명 정부가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기 억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와 절연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보유세가 무력화된 윤석열 정부와 초기 이재명 정부에서 강남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20억 원, 30억 원, 50억 원으로 끝없이 뛰었다.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제도 개선이 가능한 공정시정가액비율 상향,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상향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의 과표 축소를 위해 도입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구 되어야 한다. 제도 도입 시에 재산세에는 60%, 종합부동산세에는 80%가 적용되었으나,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2022년 100%에 도달했어야 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번에 60%로 낮추었고, 2022년 6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 도입 이후 항상 60%였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로 낮추었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낮아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법정계획인 공시가격로드맵이 만들어졌으나, 윤석열 정부는 이행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시세 반영률 상향 로드맵은 이행되지 않고 있고, 시세 반영률이 69.0%로 동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게 부여한 과도한 혜택과도 절연해야

2017년 11월 29일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이후 추가 발표에서 전월세인상률상한제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임대료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없이 임대사업자 등록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2017년 12월 13일 발표되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및 종부세 등에 대한 조세회피처를 제공했고, 임대사업자에 의한 투기를 방치하게 만들었다. 2018년 8월 13일 전에는 임대등록에 면적 제한만 있고, 가격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수 십 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들이 과거에 임대등록을 많이 했다.

현행 제도로는 의무임대기간(8년)만 채우면 언제 팔아도 양도소득세 중과가 면제되는데,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제안한 중과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것뿐 아니라 중과 면제 축소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이재명 정부가 안고 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안정은 등록임대사업자의 기득권 보장보다훨씬 중요한 정책 목표이다.

박근혜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도입한 뉴스테이와도 절연이 필요하다.
뉴스테이에 대한 기금 출자, 용적률 상향, 공공택지 의무 제공 등의 특혜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폐지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수용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는 개혁을 추진 중인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4조(토지 등의 우선 공급방법 등)는 공공택지의 3퍼센트 이상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재명 정부의 개혁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주간동향조사와의 절연도 필요

이명박 정부는 2010년 6월 발표한 '부동산통계 선진화 방안'에서 KB국민은행이 하던 주택가격동향조사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작성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간단위 KAB지수(한국감정원, 현 한국부동산원)를 개발해 국가 통계승인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규통계는 개발하지 않았고, 통계작성 기관이 KB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변경되었으나 KB국민은행도 동향조사를 유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조사대상 가격이 실거래가인지 호가인지가 불분명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결과를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동시에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실거래가를 제도화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호가 위주의 동향조사가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부정확한 주간동향조사는 정부와 개인의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 실거래가 흐름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정확한 월간동향 지수를 생산해야 한다. 주택가격 상승률로 주거정책의 성패가 평가되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의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서 지수를 생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 주택가격 조사는 국가데이터처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신속하게 절연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좌고우면 할 시간이 없다. 이재명 정부 집권 1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엄을 극복하고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높은 국민적 지지가 유지되고 있지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냉정한 평가의 시간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정권 후반기가 되면 일부 언론과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일부 정치인까지 합세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냉혹한 평가에 나설 것이다. 이재명 정부 주거 정책의 성패는 정책 목표나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최은영

* 필자소개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주거급여 소위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거·도시 및 인구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시민사회 및 정책 자문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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