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여기서 멈추면 전쟁을 절반만 보게 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먼저 반응하는 것은 전쟁이 만들어낸 비용이지만, 현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세력권과 공간, 그리고 생존을 둘러싼 대결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전쟁의 파장을 보여준다면, 땅은 전쟁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 전쟁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그리고 그 배후의 이란으로 이어지는 축이 이스라엘과 맞서는 구도로 더 분명해지고 있다. 전선은 테헤란과 텔아비브의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쪽 레바논과 남쪽 홍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까지 밀고 들어가려 하는 이유도 단순한 보복이나 국지적 군사 대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이스라엘이 접경 지역을 장기적으로 통제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고, 북부 국경의 질서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짜려는 데 있다.
권력은 국경과 완충지대를 놓고 다투지만, 그 싸움의 값을 치르는 것은 늘 힘없는 주민들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교전이 아니다. 권력의 대결이 민중의 실향과 축출로 이어지고, 접경 지역 전체를 다시 짜는 공간 재편에 가깝다.
국제사회에는 해협과 유가가 먼저 보이지만, 현지 주민에게 전쟁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군사적 완충지대라는 말은 건조하게 들리지만, 그 말이 뜻하는 것은 결국 귀환의 차단이고 생활 세계의 붕괴다. 누군가에게는 국경 관리이지만,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삶의 자리 상실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떠났고 1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13만 6000명가량은 집단 대피소에 의존하고 있고 나머지는 친지 집이나 임시 거처로 흩어졌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60만 명의 귀환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포격이 오가고 공습이 이어지는 동안, 접경 지역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사람이 살던 곳이 군사적으로 관리되는 공간으로 바뀌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변화는 점점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 된다. 교전은 언젠가 멈출 수 있어도, 그렇게 바뀐 땅의 질서는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레바논 남부 문제는 이 전쟁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국제사회가 바닷길의 불안을 먼저 본다고 해서, 현지에서 벌어지는 공간 재편과 주민 축출의 위험이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격의 충격이 세계로 번진다면, 삶의 충격은 현지에 더 무겁게 남는다.
전쟁을 읽는 순서
▲2월 25일(현지시간) 오만만 연안에 위치한 걸프 연안 에미리트 샤르자의 호르 파칸에 있는 조선소 앞에 한 가족이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 뉴스가 이런 장면을 놓치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해협과 유가, 물류와 물가는 숫자로 곧바로 나타나지만, 주민의 실향과 마을의 붕괴는 천천히 진행되고 즉각적인 신호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는 먼저 바다를 보고, 땅에서 벌어지는 일은 뒤늦게 확인한다. 그러나 전쟁을 읽는 순서까지 그 흐름에 맡겨서는 안 된다.
개전 한 달, 중동 전쟁은 두 층에서 읽어야 한다. 하나는 세계 경제와 각국 사회를 흔드는 비용의 층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비용을 만들어내는 전쟁의 본체다. 파장만 따라가면 책임이 흐려지고, 비용만 좇으면 사람은 지워진다.
바닷길의 불안을 보는 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불안을 만들어내는 세력권의 대결과 그 과정에서 현지의 약자가 떠안는 고통까지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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