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2 11:05최종 업데이트 26.04.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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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약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저마다 청년 공약을 내세운다. 희망제작소는 현장에서 청년들을 직접 만나는 활동가들을 만났다. 세 사람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인다. "청년 정책은 돈으로 출발하면 실패한다. 공동체와 경험이 먼저다."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에 앞서 어떤 경험을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경북 예천군 청년센터는 농촌 지역 청년의 고립과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와 '공동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컬 창업과 청년 활동가 학교 같은 실험을 통해 청년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경철 예천군 청년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 지역문제 해결 해커톤에서 이경철 예천군 청년센터 대표이경철

이원화된 청년 구조 속, 관계와 기회를 다시 설계해야

- 예천군 청년 현황은 어떤가요?

"예천군 인구는 약 5만 5000명인데, 보통 법률상 청년으로 보는 19~39세 인구는 약 8800명으로 전체의 15.9% 정도예요. 그런데 예천군 조례는 49세까지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있어서, 19~49세로 보면 약 1만 5000명, 전체 인구의 27%가 됩니다.

공간적으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요. 예천읍과 호명읍을 뺀 나머지 10개 면 단위가 농업지역인데, 흥미로운 건 전체 청년 인구의 70% 이상이 신도시인 호명읍에 몰려 있다는 거예요. 농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업 청년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은 거죠. 코로나 시기에 대도시 학교나 직장에서 지역으로 유입된 청년들이 꽤 늘었고, 그 인구를 기반으로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통해 청년 육성 사업을 진행했어요. 덕분에 만들어진 액션그룹의 약 40%가 청년 그룹이에요.

예천군 청년은 크게 원주민 청년과 이주 청년으로 극단적으로 나뉘어요. 원주민 청년은 농업 2~3세대이고, 이주 청년 대부분은 호명읍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프랜차이즈 식당, 술집, 미장원 같은 걸 운영하기 위해 유입된 경제 인구예요. 그런데 이 이주 청년들이 기대만큼 소득이 안 나오고 폐업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청년들을 호명읍에서 면 단위 원도심 쪽으로 흘려보내면서 로컬 창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그 성과로 천향리 청년카페가 생기고, 원도심 유휴 농촌 시설을 청년이 운영하는 카페로 만들고, 청년 센텀 마을을 지역 청년 여행사로 운영하는 사례들이 나왔어요."

- 예천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먹고사는 게 문제 아니냐고 하시는데, 예천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사실 커뮤니케이션 스킬 저하예요. 농업 환경 자체가 굉장히 폐쇄적이에요.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예전에는 향약이나 두레 같은 공동체가 있었는데, 인구 유출이 이어지면서 그 공동체가 무너졌죠. 그러다 보니 농업 청년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함께 일하는 방법과 과정을 전혀 경험할 수가 없어요. 첫 번째 문제가 가정을 못 이룬다는 거예요. 배우자를 만나 소통하며 가정을 이루는 걸 굉장히 어려워해요.

반면 이주 청년들은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심각해요. 희망을 품고 내려왔는데 경제 성장률이 생각보다 낮고,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요. 예를 들어 막걸리집 하나 차리면 옆에 비슷한 맥주집들이 우르르 생기는데, 정작 찾아오는 사람 수는 한계가 있으니 다들 적자인 거죠.

전체적으로 보면, 청년들의 삶 자체가 문화나 여가를 생각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돼요. 한쪽은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고, 한쪽은 먹고살기가 힘든 상황이니 여가나 관계나 문화적인 부분을 생각하기가 어렵죠. 원데이 클래스를 많이 운영하긴 하는데, 솔직히 대부분 신도시에 사는 안정적인 생활을 가진 젊은 기혼 청년들이 와요. 진짜 고립된 청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은 그런 여가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렵거든요."

- 예천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시나요?

"떠나는 이유도 두 유형이 극단적으로 달라요. 원주민 청년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예요. 부모 세대, 할아버지 세대와 소통이 안 돼요. 지역에 남아 살려면 공동체 안에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는 거죠. 농업은 굉장히 전통적인 산업이라 아버지 세대는 자신의 기술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청년 입장에서는 새로운 품종도 시도해보고 싶고 방법도 바꾸고 싶은데, 이걸 제안하고 원활히 이끌어갈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 되는 거예요. 세대 간 골이 깊어지다 못해 '여기서 사느니 그냥 빌어먹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떠나는 거죠.

이주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경제적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예요. 도시보다 경쟁이 덜하고 더 많이 벌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쟁은 치열하고 시장을 구성하는 사람 수 자체가 한계가 있는 거죠.

구조적으로 보면, 지역 청년센터가 대응해야 하는 청년 유형이 너무 많아요.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는 20대 청년, 농업 원주민 청년, 경제적 이주 청년, 거기다 다문화 청년까지. 그런데 직원은 2명이고 행정 공간은 12개 면 단위에 걸쳐 있어요.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기존 청년 관련 예산은 새마을경제과 같은 경제·창업 쪽에 치우쳐져 있어요. 게다가 정책이나 선거 표심 논리로 청년에게 경제적으로 접근하는데 청년들은 이미 그걸 불신해요."

청년 지역문제 해결 해커톤 현장에서의 이경철 청년센터장이경철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가능성의 거점

- 청년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청년센터라는 공간 자체가 사실 청년에게 포인트가 맞춰진 게 아니에요. 정책이나 예산 차원에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구조에서 만들어진 탑다운 방식이죠. 청년센터 자체 예산은 연 1억 원 정도인데, 거기서 직원 인건비 1명,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명목의 도우미 1명, 청년 소액사업 운영비로 3천만 원 정도 씁니다. 독자적인 운영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경상북도 청년 뉴딜 사업을 공모해서 1억 원을 추가로 따왔어요. 결국 청년센터 프로그램 대부분은 지자체 예산보다 중간지원조직이 공모사업을 통해 가져온 돈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청년센터 간 협력 구조가 있나요?

"중앙청년센터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교류회도 있고, 청년 매니저·청년 팀장 같은 직급별 모임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실제 정책에 반영되거나 구체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아요. 청년재단과의 교류도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원이 활발하지 않은 수준이에요."

- 청년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한계와 강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한계는 청년 유형이 다양하고 유형별로 지원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많은데 예산과 인력이 너무 적다는 거예요. 지역에서 중년이라 불릴 만한 45~49세 청년들도 있는데, 이들이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자체가 없어요.

반면 강점은 로컬 창업이에요.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서 차별화된 창업으로 정착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청년 여행사, 청년 카페 2곳, 지역 농산물로 가공식품 만드는 청년 그룹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경력 단절 여성 청년이 운영하는 농부창고 같은 경우는 최근 청와대도 다녀왔을 만큼 성과를 냈고요.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산의 가치를 안다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예천만의 강점이에요."

- 예천 청년센터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저는 다양한 유형의 청년들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소통이 안 된다는 거잖아요. 소통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니까요. 창업 지원이나 경제적 성장 지원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저희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게 '청년 활동가 학교'예요. 단순히 모여서 즐겁게 노는 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청년들이 함께 협업해서 해결해보는 리빙랩 형태예요. 이 활동을 위한 예산이 지금 3천만 원 정도 있는데, 이 규모로도 15개 정도 지역 문제 해결 활동들이 만들어졌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공 청년이 고령 농업인들이 농로에서 교통사고를 자주 당한다는 걸 발견하고, 반사경 설치 방안을 제안했어요. 예산이 좀 더 넉넉해진다면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싶어요."

청년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강의 현장이경철

지방선거 청년공약, '지원금 경쟁'이 아닌 관계와 경험의 복원이 핵심

- 청년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건 예산인가요, 거버넌스인가요?

"청년 정책은 돈으로 출발하면 실패해요. 돈을 쥐어주고 나면 다음 작업이 없어요.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경험을 얘기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요. 돈 버는 방법은 가르쳐도, 예를 들어 내가 충분히 돈을 벌었을 때 급식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 같은, 예전 농업 공동체에서 당연히 배웠을 경험들을 배우지 못한 채 돈을 받는 거예요. 그러니 스마트팜 지원금으로 지하에 대마 공장 만들어 마약 카르텔과 연결하는 사건도 생기는 거고요.

결론적으로 거버넌스예요. 공동체죠. 청년들을 얼마나 뒷받침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핵심이에요. 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보면 과연 이게 청년들의 경험에서 나온 건가 싶어요. 오히려 기성세대가 '이런 틀을 만들면 너네들이 행복할 것 같아'라는 식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역에서 청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해요. 정책 입안자, 공무원, 기성세대가 청년 그룹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만 만들고 있어요. 꾸준히 다양한 연령의 청년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활동이 먼저 전제되어야, 거기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청년 정책이 나와요. 그게 아니라 선거와 표심 위주로 만들어진 정책은 효과가 없더라고요."

- 청년이 정책 주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요?

"대학교 이후에도 청년들이 계속 모여서 배우고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학교, 지역 공동체 학교가 있어야 해요. 지금 청년들이 홀로 서고 있고 AI에게 물어보는 건 당연한 결과예요. 청년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공동체나 학교가 없어져버렸으니까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지역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거예요.

고립된 청년이 AI에게 물어보는 건 사실 경험을 물어보는 건데, AI가 돌려주는 건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잖아요. 그 데이터와 경험의 괴리가 점점 더 커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예요. AI 전환 시대일수록 정보력은 막강한데 경험력이 너무 떨어져요. 지역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청년 학교가 만들어져야 해요. 일이 끝나고 저녁에도 모이고, 아침에도 모이고, 모일 수 있는 동기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집단 지성이 체득될 수 있는 과정이 계속 있어야 해요."

- 지방선거 공약 속 청년정책, 무엇을 가장 경계해야 할까요?

"홀로 서는 청년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서 자립시키겠다는 공약이 가장 위험해요. 소통 능력과 경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돈만 쥐어주면 자립이 안 돼요.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고모, 조카까지 다세대가 모여 커뮤니케이션하는 장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거거든요. 지역에서 그 장을 다시 만들어주는 게 먼저예요.

기성세대가 아무리 잘된다고 생각하는 정책과 돈을 쥐어줘도, 청년들이 경험으로 습득하지 못하면 오히려 큰 낭비가 돼요. 결국 청년들이 이렇게 된 건 기성세대 잘못이에요. 같이 소통하는 방법,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험을 전수할 방법을 가르치기엔 우리가 너무 바빴어요. 이제는 그걸 회복해야 할 때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6.3 지방선거

이 기사는 연재 6·3 지방선거, 청년을 묻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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