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며 원료 수급 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 가운데 지난 3월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여기까지 적었지만 위기는 아직 반도 언급하지 못했다. 경제와 산업 문제도 남아 있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기름과 가스는 죄다 수입해서 쓰는데 이번 종량제 봉투 대란에서 보듯 많은 산업이 이 수입 자원에 기대고 있다. 섬유·화학·공업 등 광범위한 분야가 이에 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이 산업에서 만든 제품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 이 산업에 걸린 생계와 생활이 적지 않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자 진지하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석유와 가스를 아예 안 쓰는 건 불가능하다. 긴 역사 속에서 한국이 형성한 산업 생태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이건 먹고 사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석유와 가스를 필요한 곳에만 효율적으로 쓰고 있을까. 이를테면 도시권으로 한정했을 때, 대중교통이 잘 깔려 있는데 도로에 그렇게 많은 차들이 나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차들이 대부분 기름으로 움직여야만 할까.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 에너지 생산에 더욱 과감히 투자해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발전량을 늘릴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이거 그냥 평소에 흔히 듣던 환경보호 이야기 아니냐고. 재생 에너지 확장해서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자는 거 아니냐고. 비슷한데 약간은 다르다.
지금 당장의 현실을 버티기 위해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내게 단순히 '기름값 높아지니 차 굴리는 사람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걸 넘어서 실질적인 위기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반갑지 않은 위기감이다. 나는 어느 순간 종량제 봉투가 뚝 떨어져서 쓰레기를 버리지도 못할 거란 공포 속에 사재기를 하고 싶진 않다. 좁은 원룸에 사는 처지라 정수기를 두는 건 꿈도 못 꾸기에 물은 사 먹는데, 이 물을 담는 페트병의 가격이 오르거나 생산이 중단되면 어떤 부담까지 져야 할지 걱정하고 싶진 않다. 발목이 아파 병원을 내원 중이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일회용 주사기 수급 불안이 의료 현장을 덮쳤다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런 위기들은 대부분 자원이 없는 사람의 생활부터 어렵게 한다.
나는 다가올 미래의 환경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물론 이를 이유로 저탄소 사회로 나가는 것도 무척 필요하다). 지금 당장 우리의 생활과 경제의 존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의 집권 이후, 현재의 국제질서가 막무가내의 지도자를 막을 만큼 단단하지 못하다는 게 밝혀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도 너무나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패권 국가들의 무력 침공으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 상황은 더욱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이미 두 번 트럼프를 뽑은 미국이 또 다른 트럼프를 선출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에너지 수입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손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에너지 소비 생태를 바꾸고,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석유와 가스를 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마침 지난 3월 30일 열린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 또한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라며 "자체 생산도 안 되는데 수입을 쫓다 보니 지금 저 모양이 되고 있다"라며 모든 에너지원을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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