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고시엔 2차전에서 1루쪽 응원석의 테이쿄 고등학교 응원단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김용국
응원석의 열기도 대단했다. 꿈의 무대 고시엔 진출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는 것은 비단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학부모, 학생, 교직원, 동문도 마찬가지였다. 전세버스를 동원하여 전국에서 모인 응원단은 악대의 연주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거나 응원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응원전을 펼쳤다. 지역에서도 자기 팀처럼 응원해 준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전광판 영상과 함께 승리 팀의 교가가 울려 퍼진다. 우승까지 한다면 총 5번의 교가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응원단 앞에 늘어서 인사한다. 이긴 팀에게도 진 팀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탈락한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이 "여기까지 진출한 것도 대단해",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격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고시엔 진출 고교들이 응원단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물가 폭등으로 전세버스 비용만 한 대당 수십만 엔에 달하고 기부금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학교들은 비용 조달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자비 부담을 추진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응원단 감축, 무박 3일 일정의 고육지책을 펴기도 한단다.
결승까지 오르면 한 학교당 경비가 수천만 엔이 든다는 추계도 있다.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들로서는 고시엔에 진출했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해 결승에 진출한 두 팀이 모두 간사이 지역이다. 3월 마지막 날 맞붙은 두 팀은 오사카 토인과 나라현의 치벤가쿠엔 고교. 치벤가쿠엔은 8강에서 8점 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31일 결승전에선 결국 오사카 토인이 우승컵을 들었다.
일본 4000개 vs. 한국 100개
▲오사카대학 도요나카 캠퍼스에서 고교 야구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김용국
한국도 한때는 고교야구의 인기가 대단했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인 1970~80년대는 전성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나 규모 면에서 일본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본의 고교야구팀은 4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작년 여름 고시엔 예선에 참가한 팀만 3700여 개, 선수는 약 12만 명이다. 한국은 100개 팀이 될까 말까, 할 정도다.
일본을 다녀보니 널려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야구장이 없는 학교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번은 요도가와강변에 간 적이 있다. 한강처럼 강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운동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른들은 달리기, 학생들은 야구였다.
야구장이 아니라도 공터만 있으면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을 주고받는 곳이 일본이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곳도 수없이 많다고 들었다. 이처럼 규모와 기반 시설의 차이 속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왔던 것은 박수 칠 만하다. 물론 최근엔 한국이 다소 고전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4000여 개의 고교 중에서 불과 수십 개의 팀만이 고시엔의 흙을 밟는다. 그리고 1년에 단 두 팀만 우승의 감격을 누린다. 다들 야구에 진심이지만 이 중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도 어쩌랴. 단 한 번이라도 꿈의 무대에 서보겠다는데.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청춘이기에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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