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남겨서뭐하게>35화 정선희편.포털 사이트 담당자와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정선희.
tvN 남겨서뭐하게
정선희는 이어서 그 시절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더 이야기했다. 과거 힘든 일이 있었을 때, 포털 사이트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오열하는 자신의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못 지운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당사자인데 그걸 왜 못 지우냐고 따졌더니 관계자가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덮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지울 수 없다면 더 좋은 것으로 덮으면 된다'는 말은 그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상처, 지울 수는 없지만 덮을 수는 있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 도둑으로 몰렸던 기억. 선생님께서 반장이었던 나에게 돈을 맡기셨고, 나는 그 돈을 선생님께 돌려 드렸는데 선생님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하셨다. 반 아이들이 모두 있을 때 드렸는데도 본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은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했고, 엄마가 그 돈을 마련해 선생님께 드렸다.
그 뒤로 아이들이 날 '도둑년'이라고 불렀는데 신기하게도 그 시절이 아주 고통스럽게만 남아 있지는 않다. 날 믿어주었던 몇몇 친구들과의 추억, 그리고 이후의 즐거운 사건들이 그 상처를 덮어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계속되고, 어떤 사건도 삶 전체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선희의 말대로 상처를 지울 수는 없지만, 좋은 것으로 덮을 수는 있었다.
요즘 나는 소설 습작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소설은 '처음에는 이랬던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고 난 뒤, 이렇게 변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소설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니다. 인물이 다양한 사건을 겪고 변하는 이야기다. <남겨서 뭐하게> 정선희 편을 보고 나니 꼭 소설 한 편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이 굽이굽이 봉우리와 계곡을 통과한 후, 더 단단해진 이야기.
엄청난 일을 겪었으나 주변의 사랑과 생각의 전환으로 그 힘든 시기를 넘어온 정선희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예고를 보니 30일 방송에서는 정선희가 <금촌댁네 사람들>을 함께 찍었던 동료들을 다시 만나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가 이어진다. 나도 내 주변의, 혹은 한 시절 나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자,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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