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스토바에르츠 <도살> 187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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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사육 이전의 전통적인 목축에서도 도축은 중요한 과정이었다. 벨기에 화가 얀 스토바에르츠(1838~1914)의 <도살>은 이 광경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에 시골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린 바르비종파 화가 밀레가 있다면, 벨기에에는 비슷한 화풍으로 농장 마당·헛간·가축 등 시골의 소박한 풍경을 즐겨 그린 그가 있었다.
특히 <도살>은 벨기에의 자연주의 화풍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 잡게 해준 작품이다. 소가 꼼짝하지 못하도록 네발을 묶어놓고 도축하는 장면을 담았다. 목을 벤 후에 큰 용기로 피를 받고 있다. 입까지 밧줄로 꽁꽁 묶여서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린다. 이미 풀린 눈동자로 바라보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비록 잔인한 순간이지만, 현대의 대규모 사육에 따른 도축 장면과 비교하면 차라리 소박하다.
현대의 공장식 도축 장면은 많은 사람이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통해 접했다. 그는 몇 차례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미국의 도축장을 방문한 후에 큰 충격을 받는다. 잠실 운동장보다 더 큰 시설에서 하루에 소와 돼지 5천여 마리가 '처리'되었다. "보통 공장은 조립하는데, 도축장에서는 완성된 생명체를 하나하나 분해합니다. 영화는 현실보다 부드럽게 표현한 겁니다."
도축장 방문 후에 두 달 동안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한다. 안 먹은 게 아니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장식 대량 사육과 도축 시스템의 중단 필요성을 강조한다. "육식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은 인류에게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며, 돈을 위한 것입니다,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화두를 던져봤습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동물에 대한 배려의 양립에 가깝다.
대규모 소 사육이 초래하는 재앙
일상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대규모 공장식 소 사육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는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서구의 근대적 자연 지배 사상은 전형적이다. 영국 근대 경험론 철학의 선구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에서 자연에 대한 지식을 통해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권력과 지배권을 자연에 대해 수립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은 더할 나위 없이 건전하고 고귀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은 오직 기술과 학문에 달려 있다. (…) 우리는 자연을 완전히 분해하고 해체해야 한다. 성스러운 불인 정신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그에 의하면 자연은 인간이 복종시켜야 할 대상이다. 과거의 많은 철학자가 자연을 지배하려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러한 충고는 "인간 능력에 재갈을 물리고, 절망을 가르친다."라는 점에서 문제다. 인간이 절망하면 희망이 꺾일 뿐만 아니라 활력을 잃고 자연을 지배하려는 노력도 포기하게 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반항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직 복종하도록 만들어졌다. 인류의 지배를 받아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대상일 뿐이다.
정신이라는 불, 즉 과학적 지식으로 자연을 지배함으로써 일용할 양식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에게 유용하도록 해야 한다. 자연 정복의 야망은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건전하고 고귀하다. 베이컨을 비롯하여 서구의 근대적 문제의식은 이제 현대인에게 가장 익숙한 사고방식이 되었다.
문제는 소를 비롯한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바라보는 순간 인간 자신에게도 재앙을 안겨주는 결과로 향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육식과 소 사육이 전 지구적 차원의 빈부격차와 기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1에이커의 토지에서 연간 1200파운드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지만, 소 사료인 콩을 재배하면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곡물 가격이 상승하여 저소득층 피해로 돌아간다.
같은 곡물 생산량일 때, 곡물을 육식 사료로 주로 사용하는 미국인이 고기를 적게 먹는 인도인보다 곡물을 4배 더 사용한다. 지구의 80억 명 가운데 약 7억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거의 열 명에 한 명이다. 육식이 증가할수록 빈부격차와 기아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대규모 소 사육으로 인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거대 열대림의 반이 벌채되었다. 세계의 미개척지는 실제로 사라졌다. 광범위한 지역이 사막화 위험을 겪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사육을 위한 삼림 파괴 때문에 동식물 종은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일상적인 대량 육식, 더 나아가 동물을 대량생산을 위한 물질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인류와 지구에 닥친 위험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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