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감소하자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항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 번째는 결과 예견의 결핍이다. 전쟁은 단일 행동이 아니라 그 이후 이어지는 연쇄로 작동한다. 해협을 압박하면 즉각적인 군사적 반응을 넘어 시장과 물류가 동시에 움직이고, 그 변화는 다시 전장의 조건을 바꾼다. 타격은 시작일 뿐이고, 그 타격이 만들어낼 다음 단계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
호르무즈에서는 그 연쇄가 빠르게 나타났다. 유조선 운항이 줄고 보험이 흔들리면서 에너지 흐름 자체가 불안정해졌다. 해협의 위험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 경제적 부담으로 확장됐고, 전장은 물리적 타격에서 그 타격이 만들어낸 환경으로 이동했다. 상황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조건을 계속 만들어냈다.
이 연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초기의 선택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전쟁은 현재의 성공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후 어떤 조건이 형성되고, 그 조건이 다시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가에 따라 전체의 방향이 결정된다.
네 번째는 국가 판단의 결핍이다. 국가는 이익을 교환하는 단체가 아니라 체제와 권력, 안보가 결합한 단위다. 그래서 국가 간 전쟁은 거래처럼 다룰 수 없다.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체제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협박과 양보를 반복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선택지를 넓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의 대응을 더 경직된 방향으로 몰아간다. 기업 간 협상에서는 통할 수 있는 접근이지만, 국가 간 충돌에서는 신호를 흐리게 하고 오판의 가능성을 키운다.
호르무즈에서 나타난 흐름은 이를 보여준다. 압박과 유예가 이어지면서 전략은 일관성을 잃었고, 협상 신호는 신뢰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군사적 압박도 해협의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가 간 충돌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목적과 결과가 어긋난 전쟁
이 네 가지 결핍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개입의 범위를 통제하지 못한 선택은 곧바로 수단과 목표의 불일치를 낳고, 그 불일치는 이후 전개될 연쇄를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폭된다. 그 위에서 전쟁은 일관된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 대응의 반복으로 흘러가고, 상황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문제는 전력이 아니라 판단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 힘이 만들어낼 질서를 설계하지 못했다. 타격은 가능했지만 이후의 환경은 통제되지 않았고, 해협은 막히지 않은 채 불안정한 상태로 남았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복잡한 조건 속으로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유지가 전쟁의 핵심 문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다. 해협 통제는 전쟁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부담이다. 전쟁 이후에 생긴 문제가 전쟁의 중심으로 올라왔다면, 그 선택은 결과와 맞지 않는다.
처음 내세웠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는 확인 가능한 성과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란 내부의 변화도 없다. 대신 해협 통제와 에너지 흐름, 보험과 물류 불안이 핵심 문제가 됐다. 전쟁의 목적과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미국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무엇을 해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초기 목표로 제시된 위협 제거는 확인 가능한 성과로 정리되지 않았고, 대신 해협 통제와 에너지 흐름 불안이라는 새로운 부담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해결을 위해 시작한 전쟁이 더 큰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을 관리하는 일이 중심 과제가 됐다면, 선택과 결과는 어긋난다. 결과가 목적을 설명하지 못하는 전쟁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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