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오랫동안 기업의 홍보자료를 검증 없이 베껴 보도해 왔고, 아틀라스 관련보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기자들의 보도 원칙과 윤리 강령을 담은 <에이피 스타일북 AP Style>에는 "기업의 기술적 전망을 무비판적으로 베껴보도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고, 한국과 달리 미국 언론에서는 아틀라스에 대한 호들갑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강인규
현대차가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얼마 뒤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인도 위를 달리고 실내에서 공중돌기를 하는 영상을 추가 공개했습니다. 한국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 "현대차 아틀라스, 연속 공중제비…실전 훈련 돌입"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습니다. 올림픽 출전이 아닌 생산라인 배치용 로봇에 '망치손'을 달아 재주 넘게 만드는 것을 '실전 훈련'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두 시뮬레이션으로 가르칠 수 있는, 실용적 손기술과 무관한 동작들입니다.
앞의 글
("현대차 생산직보다 기자들 먼저 잘린다...'공중제비' 로봇의 진실')에서 설명했듯,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 차체 용접, 도장, 의장의 네 공정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앞의 세 공정의 거의 모든 과정이 고정형 산업로봇이 사람을 대체한 상태입니다. 마지막 의장 공정 역시 약 40% 정도가 자동화되어 있고, 나머지 공정에서 인간의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합니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부품의 정밀한 조립과 조정, 가죽 시트와 오디오 장착, 유압 라인과 전선 설치처럼 쉽게 흠집이 나거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거나, 정교한 부품을 다루는 작업들이 이에 해당하지요.
바로 이 작업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시 말해, 로봇이 충족시켜야 할 기술 수준이 매우 높은 작업들입니다. 로봇 배치야 언제든 할 수 있지요. 문제는 그 비싼 로봇이 공장에서 쓸모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현대가 공언한 대로 아틀라스가 공장에 배치돼 유용한 작업을 하려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로봇공학의 근본적 한계부터 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로봇을 공장에 2028년까지 본격 투입하려면, 기초 의장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손기술과 환경 적응 능력 구현 과제를 내년까지는 해결해야 할 겁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저는 '빨간 불'이 이미 1월 아틀라스 시연회 때부터 들어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화려한 행사 직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고경영자였던 로버트 플레이터가 사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시절부터 30년간 회사를 지켜 온 회사의 핵심 인물입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은퇴'였습니다만, 이 중요한 시점에 후임자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아틀라스의 상업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게다가 임시로 수장을 맡게 된 사람은 아만다 맥마스터로, 로봇공학 등 기술적 전문지식이 없는 재무 전문가입니다. 기술개발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효율적 공급망 구축에 특화된 인물이지요.
현대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 전까지 아틀라스는 뚜렷한 상업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연구용 플랫폼이었습니다. 알파벳(구글)과 소프트뱅크 등으로 대주주가 계속 바뀐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수익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지요. 알파벳과 소프트뱅크 모두 인공지능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음에도 매각을 결정한 것은 '연구'와 '수익화'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줍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2028년 아틀라스 양산과 배치 공언은 기술적 완성에 의한 선언이라기보다, 테슬라(옵티머스)와의 주도권 경쟁 및 기업 가치 방어를 위한 경영 판단에 가까웠다고 판단합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만, 문제는 현대자동차가 2020년대 들어 불확실한 약속을 남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에 '2023년 자율주행 상용 계획 발표'했다가 번번이 미룬 뒤 또다시 '2026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발표한 사례가 그렇습니다. '2년 뒤'와 '올해 안에'를 되풀이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테슬라의 행보를 따라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틀라스' 투입이 정말 경제적일까요?
현대는 아틀라스가 당장 인력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선 사람에게 위험하거나 단순한 일부터 맡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틀라스 근처에 다가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무게를 줄이긴 했어도, 아틀라스는 1.9미터의 키에 100킬로그램에 가까운 거구로, 금속과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강력한 구동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넘어지는 로봇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은 아틀라스가 자세를 낮춰 걷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뒤로 넘어진 로봇은 무게의 충격 때문에 바닥에서 부서졌고, 엔지니어는 '의식 불명' 상태의 로봇을 분해해 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한다면, 안전 문제 때문에 노동자와 분리된 별도의 공간에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유연한 배치'를 내세운 애초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 공장 투입계획을 발표하기 전, 시험 중인 아틀라스 로봇의 모습 미국 시사프로그램인 <60분>에 공개했다. 회사의 엔지니어는 아틀라스의 성능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모방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은 로봇이 걷다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파손된 모습.
CBS <60분> 캡처
더불어 미완성 로봇 투입을 강행할 때 발생할 품질저하의 우려도 있습니다. 로봇이 사람의 신체지능을 따라올 시기나 가능성이 요원하므로, 아예 제조과정을 로봇 수준에 맞추려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툴고 투박한 손으로도 조립할 수 있도록 자동차 부품과 공정 자체를 단순화 하는 것이지요. 제품의 성능에 도구를 맞추는 게 아니라, 도구에 제품의 성능을 맞추는 기이한 상황으로, '인공지능 상담원'처럼 설익은 기술로 사람을 무리하게 대체할 때 발생하는 모순적 사태입니다.
한국 언론은 아틀라스가 "50킬로그램 무게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고, 손가락에 촉각 센서와 56개의 독립적 관절(자유도)을 갖고 있어 제조업 환경에서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라며 회사측의 발표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했습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며 24시간 쉼 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당 1억 8천 만원인 로봇 구매 가격도 2년이면 회수 가능하다"라고도 썼습니다. <매일경제>는 아예 <'연봉 9천만원씩 2년만 주면 평생 공짜'…아틀라스 공장 도입 손익계산서>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고, 다른 매체들도 비슷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 기사들은 아틀라스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순진한 판단에 근거해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현대는 앞으로 누구에게 차를 팔 건가요?

▲지난 17일 국제 수소 & 연료전지 엑스포 2026 현대자동차그룹 부스 전경.
연합뉴스
로봇이 서류상 50킬로를 지탱할 힘을 갖고 있는 것과, 공장에서 그 로봇이 '50킬로를 번쩍 들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더 큰 착오는 경제성 분석에 있습니다. 로봇 가격이 1억 8천 만원이라는 계산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현재 아틀라스의 정확한 가격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상품이 아닌 만큼, 판매 가격이 존재하지 않고, 수년에 걸쳐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었기 때문에 계산방식 따라 추정치의 편차도 매우 큽니다. 일부는 현재 대당 1백만 달러, 즉 15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대가 목표로 하는 양산 가격이 대당 13~20만 불, 현재 환율로 2억에서 3억 원 정도가 됩니다.
<연봉 9천만원씩 2년만 주면 평생 공짜> 기사를 쓴 기자가 '유지보수비'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휴머노이드 도입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천문학적 관리비용입니다. 한국 언론은 아틀라스가 관절이 많아 유연하다고 칭찬하면서도, 관절이 늘 수록 고장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56개의 관절'은 '56개의 고장 포인트'라는 말과 같습니다.
아틀라스의 관절에는 정밀 모터, 액추에이터, 센서, 전자 제어장치 등 고가의 부품이 집약돼 있습니다. 로봇이 공정의 부하와 자신의 하중을 견디며 24시간 가동될 경우, 부품 피로와 열화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로봇을 활용하려면 수리용 부품들과 전문지식을 갖춘 (따라서 고액 연봉의) 엔지니어를 상주시켜야 합니다. 게다가 작업에 차질이 없게 수리 시간을 단축하려면, 팔, 다리 등을 통째로 교체하는 모듈 단위로 부품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모듈 부품이 매우 고가라는 사실이지요. 승용차 한 대 값을 훌쩍 넘기는 부품들을 상시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난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롱테일의 저주'입니다. 현재의 걷고 공중돌기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지만, 이것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데는 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투여되는 재원이 기약 없는 투자라는 데 있습니다. 언제가 될 지도 모르고, 실현될 지 여부도 알 수 없는 기술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저는 실익 없는 아틀라스 공장투입에 매달리기보다, 양질의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로봇과 달리,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25년 현대자동차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미국발 관세와 경쟁심화뿐 아니라, 고용불안에 직면한 세계의 소비패턴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고객이 될 젊은 세대의 자동차 구매에 대한 인식입니다. 이 문제를 다음 글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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