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민정비서관실 필자 책상 앞 칸막이에 붙여둔 내용
이광철
그렇다면, 이런 누적된 폐단에도 민정이 대통령 권력에서 왜 필요하고, 그 역할과 기능은 무엇일까?
'민정(民情)'은 말 뜻 그대로 국민의 생각을 살핀다는 뜻이다. 대통령 권력에서 민정이 하는 일을 대통령실 내의 다른 기구와 비교하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어느 지역에 산불이 났다고 하자. 산불의 현 상황, 향후 전망, 산불 진화의 태세, 대응 역량 등 현황을 다루는 곳이 국정상황실이다. 이 산불에 대해 국회·정치권과 언론에 알리는 것은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이 담당한다. 그럼 민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민정은 산불 발생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과 정서를 살핀다. 이 산불에 대응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떤지 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어디를 뚫으면 되는 것인지를 살피고, 대응한다. 위 어록 2의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지희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과거에는 기관 간 이견이나 문제가 생길 때 공무원들이 민정수석실에 이야기하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라는 대목은 민정이 하는 일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하는 좀 더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 안에 민정의 존재 의의, 민정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내가 볼 때,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단단하게 지키려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대통령 하는 일이 국민의 마음에 들어야 대통령 권력은 단단해진다.
대통령 하는 일이 국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민정은 세 가지 소임을 더 부여받는다. 첫째, 친인척 관리와 권력 간 주도권 다툼 제어다. 둘째, 공직자 기강 유지와 부패 엄금이다. 셋째, 민정이 때로는 대통령의 생각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친인척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갑질을 하거나 뇌물 받는 것은 설명할 것도 없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로 연결된다. 그러한 일이 누적되면 국민의 분노는 염증이 되고 염증은 환멸로 이어진다.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환멸은 정권의 끝을 의미한다. 어록 4의 김대중 대통령 말씀은 친인척 문제에 대한 당신의 절박함이 담겨 있고, 어록 5의 김용갑의 회고는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꺾는 장면이 잘 담겨 있다. 모두 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뢰받게 하고자 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정의 기능과 역할이 이러다 보니, 민정수석이 당대 정권의 가장 핵심 실세라고 불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민정이 폐단에 빠져들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민정을 살피는 핵심 수단인 정보의 수집과 활용의 문제다. 이것은 다음 회에 이어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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