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배용준 기다리는 일본 팬들
연합뉴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케이팝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뛰어난 음악성과 세련된 안무,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무장한 한국 가수들이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케이팝이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 여론도 변했다.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등의 설문 조사 결과가 물 밀듯이 쏟아졌다. 본격적인 '한류'의 시작이었다.
일본에 사는 내 삶도 바뀌었다. "저 한국 사람이에요"라는 말 만으로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관계 맺기에 소극적인 일본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가수 이야기를 접점 삼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다. 2021년 둘째 아이 출산 때의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문병 오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병원 생활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들을 만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실 제가 샤이니의 오랜 팬이에요. 한국 사람을 만나 너무 기뻐요."
"한국 여성들은 왜 다 피부 미인이에요? 저도 내일 한인타운에 갈 건데 화장품 좀 추천해 주세요."
코로나로 한국 출산을 포기하고, 미역국 대신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로 산후조리를 했지만, 한국에 애정을 가진 일본인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외롭지 않은 입원 생활이었다. 이 때 만난 간호사들은 나에게는 '출산 선물' 같은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있다.
평범한 교민인 내가 실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할 만큼, 한국을 선망하는 일본인들이 확연히 늘었다. 최근에는 연애, 결혼 상대로 한국인을 선택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2025년 한일 국제결혼이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영화 겨울연가 일본특별판' 포스터
KBS
일본 언론들은 한국 문화를 동경하는 일본 여성들이 많아진 것을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꼽았다. 동시에 <겨울연가>를 계기로 한국에 호감을 가진 부모·조부모 세대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한 편이, 인생의 반려를 정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2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인들에게 <겨울연가>가 얼마나 특별한 작품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 평생 <겨울연가>는 절대 못 잊을 거야. 죽을 때 <겨울연가> 디비디도 같이 묻어달라고 할 거야."
영화가 끝난 후, 붉어진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지인이 내게 말했다.
"한번 더 보러 올래?"라는 그녀의 말에 "그러자"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관 문을 나섰다. 한 시대를 뒤흔든 그 사랑이, 다시 일본 열도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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