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공개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녹취록에는 검찰이 이 대통령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엮어 기소하려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이정민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공소 취소보다 검찰의 조작 기소 규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 정황을 들춰내고 특검 수사로 진상을 밝혀낸 뒤 공소 취소 주장을 하는 게 합당한 절차라는 주장입니다.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기정사실로 밀어붙이면 중도층을 비롯한 민심의 이반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을 고려하면 정무적으로도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 시각입니다.
공소 취소란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것으로, 검사 고유의 권한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면 법원은 해당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됩니다. 형사소송법은 '공소는 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돼있을 뿐 별다른 규정은 없습니다. 공소 취소는 공소 제기 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생겼을 경우 뿐 아니라 검사의 잘못된 공소에 대하여 스스로 시정하는 기능도 수행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소 취소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검사 스스로 공소 제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공소 취소 현실화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기소의 불법성과 부적절성이 명확히 드러나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공소 취소의 여건이 갖춰지게 됩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7개 국정조사 대상 중 이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3건입니다. 이들 사건은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정지된 상태로, 아직 1심 선고가 이뤄지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공소 취소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최근 드러난 사실을 보면 공소 취소 여건은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 공개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녹취록에는 검찰이 이 대통령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엮어 기소하려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유력 야당 대표를 겨냥해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대장동 사건에서 주요 증거로 채택된 '정영학 녹취록'에서 남욱씨가 정 회계사에게 '위례신도시'라고 말한 걸 검찰은 '윗 어르신들'이라고 말하는 등 조작된 흔적이 여러 곳에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검찰'이 다른 피의자들을 회유하고 증언을 조작해 이 대통령을 집요하게 표적 수사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소 취소' 거래설이 말이 안 되는 이유
그러나 공소 취소는 의심스러운 정황 정도가 아니라 수사·기소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이 확인돼야 합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곧바로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조사→특검→공소 취소 등 3단계의 합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공소 취소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공소 사실 자체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주장입니다.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과정은 형식적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 취소가 자칫 검찰에 역공의 소재로 이용될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 검찰은 여권의 검찰개혁 공세가 워낙 거세 숨죽이고 있을 뿐 빌미가 생기면 언제라도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국정조사나 특검에서 수사·기소 과정의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소 취소를 압박하면 이를 계기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소 취소 요구가 과도한 정치적 압박으로 인식돼 역풍이 불기를 검찰은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연일 공소 취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일환으로 보입니다.
공소 취소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파장이 일 사안입니다. 지난 10일 장인수 전 MBC 기자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통령 최측근인 정부 고위관계자가 고위검사 다수에게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공소 취소 문제는 자칫 민생을 앞세워 안정적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국정조사를 통해 불법 수사와 기소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공소 취소'의 목소리를 낯추고 실제적인 사실 관계 규명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