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역전분석 그래프
김지영
패턴이 처음 뒤집어진 것은 2020년이었다.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되던 그해, 베이비박스 입소 아동은 전년보다 33명 줄어 137명이 됐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유기아동 보호조치 건수는 같은 기간 142명에서 169명으로 오히려 27명 늘었다. 두 지표의 방향이 반대였다.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서울 관악구 난곡동까지 직접 찾아오는 것이 어려워진 결과다. 위기임신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수요가 향하는 경로가 바뀐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닿지 못한 사람들은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되거나, 혹은 아무 데도 닿지 못한 채 통계 밖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역전이 있던 해, 두 지표의 합산은 306건이었다. 베이비박스 137명, 복지부 169명. 어느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었다. 총량은 줄지 않았고, 단지 어느 문으로 들어오느냐만 달라졌다. 이 역전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베이비박스 수치는 위기임신의 '총량'이 아니라, 그 총량 중 베이비박스로 향한 '경로의 크기'를 측정하고 있을 뿐이다. 베이비박스 수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위기에 처한 아이가 줄었다고 볼 수 없었다.
이것은 이후 모든 통계를 읽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어떤 제도든, 그 제도가 포착하는 것은 제도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뿐이다. 제도 밖에서 혼자 낳고 혼자 감당한 사람들은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가 이 사실을 우연히 드러낸 것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 유기 원인 보호조치 건수는 73명으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베이비박스 입소 아동은 106명으로, 오히려 복지부 수치를 33명 상회했다. 2023년 베이비박스 입소 수의 집계 최저는 79명을 기록했다. 두 지표는 1년의 시차를 두고 최저에 닿았다.
2022년, 그해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가열되던 시기였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 입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 처한 임산부들이 '무엇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유보하거나, 법 시행 전 상담 경로를 탐색하며 대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2023년, 두 수치는 방향이 엇갈렸다. 베이비박스는 79명으로 최저에 닿았고, 복지부는 88명으로 반등했다.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해다. 법이 바뀌었고, 제도의 경로가 달라졌고,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그리고 복지부 수치는 다시 올랐다.
통계의 최저치가 반드시 현실의 최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패턴이 보여준다. 정책 성과를 주장하는 쪽은 숫자가 낮아지는 해를 근거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두 통계를 겹쳐 읽으면, 최저치는 현실의 개선이 아니라 제도적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2024년 7월,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시행됐다. 시행 이후 2026년 1월까지 보호출산 건수는 107건이다. 같은 기간 베이비박스 입소 아동은 2024년 52명, 2025년 26명이었다. 두 경로를 합산하면 총량은 185건 이상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2024년 공식 유기아동 통계는 30명이다. 이 30명과 185건 사이의 간극은 어디서 왔는가.
보호출산 아동은 '유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별도 항목으로 집계된다. 이전 기준이라면 상당수가 유기아동으로 집계되었을 아이들이 이제는 다른 칸에 들어간다. 분류 기준이 바뀌었고, 그 결과 공식 유기아동 수가 급감한 것처럼 보인다. '역대 최저'는 현실의 개선이 아니라 측정 방식의 변경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통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출산제 자체는 병원 밖에서 혼자 낳던 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통계가 달라진 이유가 '현실의 변화'인지 '측정 방식의 변화'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더불어 이 합산 수치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보호출산제를 신청하러 병원에 가지 못한 사람들, 베이비박스까지 이동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주사랑공동체가 별도로 집계하는 병원 외 출산 비율은 2018년 12.4%에서 2025년 23.1%로 7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에도 이 수치는 멈추지 않았다.
베이비박스에 놓이는 아이들은 줄었다, 하지만...
두 통계를 겹쳐 읽으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문의 수를 늘리고 있다. 베이비박스, 보호출산제, 위기임신상담소. 그러나 그 문들이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에 닿고 있는가. 통계가 낮아지는 것이 수요가 줄어든 것인지, 수요가 경로를 잃어버린 것인지를 구분하는 작업 없이는 숫자의 감소를 성과로 읽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두 통계의 교차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숫자 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통계가 놓치는 것을 다른 통계가 잡아낼 때, 그 사이의 공백이 드러난다. 그 공백 안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제도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두 통계의 교차 패턴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숫자는 줄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가 아이들이 안전해졌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통계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인지는 두 숫자를 나란히 놓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베이비박스 통계 중 병원 밖 출산그래프
김지영
주사랑공동체가 별도로 집계하는 병원 외 출산 비율은 두 지표의 교차 분석에서 빠지는 '보이지 않는 층'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수치다. 2018년 12.4%에서 2025년 23.1%로, 이 비율은 지난 7년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어떤 아이들이 이 숫자 안에 있는지는, 그 어떤 공식 통계도 추적하지 않는다.
베이비박스 앞에 놓인 아이의 수는 줄었다. 그 문 앞까지 오지 못한 아이의 수는, 아직 아무도 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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