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야간 경제 정상회의에 참석한 그레이터맨체스터 노동당 시장 앤디 버넘.
EPA/연합뉴스
스캔들 이후 스타머 총리 지지율이 18%까지 떨어지고 총리 불신임까지 언급되는 어수선함 속에서 맨체스터 시장 앤디 버넘(Andy Burnham)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그의 시작은 전형적인 정치 엘리트였다. 1970년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조합에서 일하다 31살이던 2001년 하원에 입성, 블레어 내각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고든 내각에서는 38세의 젊은 나이에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직을 맡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런던 중심 엘리트 정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지역 사회로 눈을 돌린 그는 2017년 맨체스터 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된다. 시장 재직 8년간 그는 공공성 회복에 무게를 두었다. 버스와 트램 등 민영화된 대중교통을 공공 영역으로 옮기고 무료 버스 승차 대상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 예다. 블레어가 전통 노동당의 복지국가와 보수당의 시장주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면, 그는 복지국가 노선과 블레어 노선간의 타협점을 모색한 것이다.
버넘은 또한 인적·물적 인프라 및 정책 결정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런던 중심의 구조를 비판, 지역 사회의 권한 확대와 중앙 정책의 지역화를 지지한다. 지역 사회를 대변하는 행보에 그에게는 '북쪽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올해 초 고튼 앤 덴튼 보궐 선거 노동당 후보로 앤디 버넘이 거론되었다. 1906년 노동당 창당 아래 단 한번도 내주지 않았던 지역구지만 지지도에서 극우 영국 개혁당에 밀리고 있었던 터라 거물급 후보가 필요했다. 동시에 그가 차기 총리 후보가 되려면 하원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출마 의향을 내비쳤다.
위협적인 존재였다. 지난해 12월 유력 정치인들을 1:1로 붙여 총리 자격을 묻는 입소스(Ipsos) 설문 조사에서 버넘은 스타머를 상대로 28%대 12%로 이겼다. 영국 개혁당 나이절 패라지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33%의 지지도를 얻은 버넘이 29% 패라지를 앞섰다. 반면 스타머와 패라지는 31%로 동률을 이루었다.
그러나 영국 개혁당에 맞설 노동당의 최종 선택은 버넘이 아니었다. 대신 그리스 태생의 이민자 여성 정치인 안젤리키 스토지아였다. 경쟁자 견제에서 온 오판이란 비판을 향해 스타머 총리는 "(버넘이 시장직을 사퇴해서) 불필요하게 맨체스터 시장 선거까지 치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결과는 완패였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내놓은 스타머 총리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영국을 갈라놓는 양극단의 정치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노동당이 나라와 공동체를 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타머가 현재까지 보여준 사회 통합은 영국 개혁당과의 타협이다. 지난해 난민의 가족 초청 보류와 난민신청자들의 숙소를 호텔에서 군병영 생활관으로 옮겼던 스타머 내각의 샤바나 마무드 장관은 지난 2일 난민 신청자들의 보호 기간을 최대 30개월로 한정지었다.
영국 개혁당은 노동당의 정책에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듯 강경일변도다. 장기 체류자에게 주어진 영주권 제도를 폐지하고 5년마다 비자를 갱신하게 하겠다고 했다. 유럽인권협약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ICE(이민세관단속국)와 유사한 강제 추방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 등장하기 시작, 대량 추방을 의미하는 재이주(remigration) 담론이 도착하기까지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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