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 종합대책 7대 핵심과제
고용노동
첫째, 방향은 맞되 직진하지 못하고 헤맨 사례가 있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라면 교섭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했다. 원하청 격차를 줄일 의미 있는 입법이었지만, 초기업 교섭에 맞지 않은 교섭창구단일화를 시행령에 넣어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법은 본래 사용자가 그동안 지지 않은 의무를 지도록 만든 것인데, 다시 사용자를 배려하는 후속 조치가 생기면 도돌이표 정책이 될 수 있다. 소수 노조는 교섭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노동부는 시행령을 보완하여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궁극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복수노조 상황에서만 엄격하게 적용하고, 초기업 교섭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조율과 설득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를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도를 두고 노동조합은 권리보장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사용자들은 보호 강화로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들 1인 도급 노동자가 늘어난 이유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용자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 많아졌고, 사실상 임금노동자임에도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가짜 3.3%'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관계법을 완벽하게 적용하지 않더라도 공정한 계약, 사회보장, 괴롭힘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성보호, 산업안전 등 기본적인 권리 정도는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의 완전 적용도 당연하지만 미뤄왔던 과제다.
결국 핵심은 입장이 다른 노사 사이에서 정부가 대안을 가지고 조율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정부 예산의 일부를 사회안전망 확보에 과감하게 투입하는 동시에 사용자에게도 공동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사용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울 경우 반발이 크고 실현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셋째, 잘못 논의하면 시작 전보다 못한 사안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연안정성이 대표적이다. 유연성과 안정성이 비례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해고가 되더라도 비슷한 처우의 직장을 쉽게 가질 수 있거나, 실직 후 새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정부가 충분한 생계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고 요건 완화 논의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정규직 일자리에서 탈락하면 다시 정규직 되기 어렵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연성을 이야기하면 노동시장 격차만 더 벌어질 것이다.
유연안정성은 유독 보수정부에서 관심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기간제 기간 확대를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고, 박근혜 정부도 일반해고 요건 완화, 저성과자 퇴출, 파견 업종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여론 악화로 결국 탄핵의 출발점이 되었다. 두 정부 모두 안정성에 대한 고려 없이 유연성만 밀어붙인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유연안정성을 의제로 삼을 수 있고, 어쩌면 필요한 논의일 수 있다. 다만 답과 시간을 정해놓아서는 곤란하다. 한국형 유연안정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열린 토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안전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렸다. 산업안전 분야를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대표자들이 처음 모인 자리였다.
고용노동부
노동 정책 성공 기준은 단 하나, "실제 격차가 줄었나?"
4년 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의 성공은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노동 격차가 줄어들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이 줄어드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입법과 정책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각지대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사를 설득해야 하며, 사회안전망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정상화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한 걸음씩 4년을 가되, 어둡고 컴컴한 샛길로 빠지지 않고 처음에 정해놓은 길로 가는 최초의 민주당 정부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어려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크게 바꾼, 성공한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본인
필자 소개 : 정흥준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학교에서 노사관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로 강의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노동조합 등에 관해 연구합니다. 주요 저서로 <오줌인형 잡기> 등 6편의 편저가 있으며 국내외에서 50여 편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