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대구 수성구갑에서 당선한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6년 6월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아버지 김영용, 부인 이유미와 함께 지지자로부터 축하꽃다발을 건네받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성호
감나무를 키우는 이들은 감을 다 따지 않는다고 합니다. 겨울날 배고픈 까치가 와서 먹으라고 남겨두는, 인정입니다. 2016년 김부겸은 그렇게 남겨준 감을 먹은 까치입니다. 반면 2020년의 김부겸은 응징 대상입니다. 응징 심리는 득표율뿐만 아니라 투표율에서도 나타납니다. 2016년의 68.5%는 그 전 선거에 비해 10~13%P 더 높은 투표율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4년 뒤에 벌어집니다. 투표율이 거기서 또 6.4%P 더 올라갑니다. 전국 투표율이 66.2%인데 수성(갑)은 74.9%를 기록합니다. 보수 정당의 패배 조짐 때문입니다. 갈 수 있는 사람 전부 투표소로 달려갔다고 봐야 합니다.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이 다수당이 될 듯하면 까치밥을 남깁니다. 하지만 지겠다 싶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대선은 어떨까요?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과 붙어 21%, 김문수와는 23%를 얻었습니다. 대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할 때는 여지없이 결집합니다. 문재인 후보도 20%를 채 못 얻었습니다. 김부겸이 한때 받았던 60%는 한여름 밤의 꿈인가 싶습니다.
지금 대구는 국민의힘을 엄청나게 원망합니다.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지금 경향 기사는 마치 삼성 야구팀을 욕하는 삼성 팬을 만나본 것과 비슷합니다. 욕하는 것만 보고 그 팬이 응원팀을 바꾸리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하도 못 이기니, 제발 좀 정신 차려 이기라고 욕하는 겁니다. 보수진영으로부터 이탈하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보수 정당이 죽을 쑤면 쑬수록, '우리마저 보수를 버리면 안 되지, 대구까지 넘어갔다간 나라가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대구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금 이진숙이 시장 지지율 조사에서 1위입니다. 추경호나 주호영을 한 방에 제쳤습니다.
대구를 설득하는 법
혹은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계속 보수가 밀리고 있다. 정권을 잡고도 연신 탄핵당한다. 대구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제 대구도 실리를 취하자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존 전략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에 줄을 댈 때라고 보지 않을까? 그러니 정책과 공약을 앞세워 대구를 공략해 보면 어떨까... 일종의 합리적선택이론에 따른 판단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정책 선거가 제법 먹힙니다. 그러나 대구에선 별로입니다. 대구의 정치 심리는 합리성과 좀 거리가 멉니다. 실리를 말하는 순간,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먼저 생각함)를 외치는 명분론자의 호통을 듣기 십상입니다.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은 안 쬔다는 체면 의식이 강합니다.
보수가 위기에 처할수록 역결집하는 대구, 보수 정당에 대한 비난이 사실은 응원인 대구, 실리를 구차스럽게 여기는 대구. 그런 대구에서 선거를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우선 대구가 보수의 아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라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과 비슷합니다. 광주가 민주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대구는 보수를 중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보수를 정면 공격해 봤자 별 효과 없습니다. 보수를 버리고 민주로 돌아서라? 광주가 민주주의를 버리겠습니까? 대구 밖에서는 백이면 백, 보수를 버리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됩니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반작용을 부릅니다. 최선은 대구 야당론입니다. 민주당이 대구에서 야당 역할 할 수 있는 정도의 표를 달라는 겁니다. 제가 김부겸의 역대 득표를 표로 보여드린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기권층을 투표장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남소연
민주당의 득표는 그동안 기권하던 이들이 나와서 민주당을 찍을 때 가장 많이 늘어납니다. 그게 주공 방향입니다. 동시에 계속 보수 정당을 찍던 이들이 투표장에 안 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조공 방향입니다.
2016년 김부겸 표를 다시 한번 보십시오. 2014년 받았던 5만 표에서 3만 표가 늘어나 8만 표로 이깁니다. 이때 투표율이 무려 13%가 뛰었습니다. 전체 유권자가 20만 명이니 13%면 3만 표가 살짝 못 됩니다. 김문수는 권영진이 얻었던 5만 표에서 불과 1천 표밖에 안 늘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수도권에서 3선이나 하다 제 발로 내려왔고 연거푸 떨어졌는데도 다시 서울로 도망 안 가고 대구에 남아 버틴 김부겸이 신기하달까, 뭔가 애틋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까치밥을 남겨줬던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진짜 대구를 바꾸는 방법은 대구의 표심을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돌려세우는 게 아닙니다. 오케이, 보수 정당이 계속 대구 여당 하시고, 민주당은 대구 야당 하게 해달라, 12석 중에 민주당이 3~4석 정도 되면 좋은 점이 여럿 있다는 정도로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단체장이나 대선 때도 40% 얻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김부겸은?
'대구 수성못에 미꾸라지가 버글버글한다. 거기 메기 몇 마리 풀자. 그러면 안 잡아먹히려 미꾸라지들이 열심히 헤엄치며 운동한다. 살이 통통 오른다. 시민이 훨씬 영양가 높은 미꾸라지를 먹게 된다.'
정치의 대국민 서비스 수준을 높이자는 얘기입니다.
'이제 대통령은 이 당 저 당 왔다 갔다 한다. 대구가 여당일 때도 있고, 야당일 때도 있게 되어 있다. 여당일 때 야당의 협조가, 야당일 때는 여당의 힘을 빌려야 예산이건 정책이건 받아내기 쉽다. 백지장도 두 당이 맞드는 게 가볍지 않겠냐. 그러니 민주당 국회의원도 몇 명 만들어 달라.'
대구 발전을 위한 민주당 기여론입니다.
다 써놓고 보니 제가 봐도 살짝 패배주의적입니다. 할 수 없습니다. 정치학에서도 정당 일체감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지속되는 어떤 정서라고 봅니다. 쉽게 안 바뀐다는 소리입니다. 대구 역시 앞으로도 아마 20년은 더 지나, 지금 50대가 70대가 될 때쯤이라야 양당 체제가 자리잡힐 겁니다. 지금은 부딪치고 또 부딪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김부겸은?'이라고 묻고 싶으실 텐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정치인의 소명 의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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