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yanahd on Unsplash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민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국무회의 중계를 지켜보면서 국정이 어떻게 논의되는지를 알게 되고, 지역을 순회하는 토론회는 주민들의 묵은 요구를 드러내고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자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고, 도무지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던 부동산도 잡힐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만큼은 정부 교체 후에도 뚜렷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새 정부 출범 이전 이미 문제가 되어 있던 사안 몇을 봉합하는 데 그쳤을 뿐,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책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고교학점제 보완 대책을 발표한 것 정도를 들 수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인공지능과 교육' 관련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손에 잡히는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거의 유일한 교육 공약처럼 보였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역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한 몇 가지 이유
이처럼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불확실성은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을 주저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 정책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야말로 인공지능 대응 정책이라고 부를만하지만, 당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교과서에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교육자료로 격하되고 말았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시민을 기르기 위해,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개발 인력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인공지능을 접하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에서 디지털 매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독서, 글쓰기와 같은 전통적 학습을 강조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편이 인공지능 시대를 잘 준비하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역시 정책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 국가의 고등교육 역량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리는 길에 관하여 우리는 미국만큼 긴 호흡으로 준비할만한 여유가 없고 중국처럼 과격한 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형편에 있지 않다. 대학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학부교육부터 바꿔야 할지, 소수 대학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적일지, 아니면 모든 국립대학, 나아가 사립대학까지 포함하는 넓은 그물을 펴야 할지 누구도 자신 있게 길을 제시하기 어렵다.
패배감 비슷한 정서 역시 교육의 변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교육비 경감은 중요한 국정 과제였다. 여전히 사교육비 문제는 국민 삶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사교육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는 매년 늘고 있고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4세 고시나 7세 고시와 같은 유아 사교육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 사교육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를 볼 수 없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유력 후보들의 공약 속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공동체의 해체 현상에 대한 대응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 학교폭력대책법을 개정하여 엄벌주의를 강화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지도는 약화되고 교육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을 배우기보다 학교폭력 신고 전화번호를 기억한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학부모 출입 금지'라는 안내판을 교문에 붙인 학교가 나타났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높은 벽이 생겼다. 최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이 폭넓게 적용되고 관련 신고 사례가 이어지면서, 학생을 훈계하거나 생활지도를 하던 교사들이 분쟁을 우려해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학교는 교육의 기능이 마비되어가는 공간이 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패배주의가 교육정책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두 가지 제언

▲2027학년도 의대 490명 더뽑는다…5년간 연평균 668명 증원2월 11일 서울 강남구 한 의대 진학 전문 학원 모습. 보건복지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어 비서울권 32개 의과대학의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겠다며 교육을 포함한 6대 분야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아마도 올봄에는 지난해 준비해 온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다. 교육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선도적 문제 제기를 강화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법을 지금과 같이 유지해야 할 것인지, 교육의 사법화를 앞으로도 못 본 체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교사들의 교육 포기와 방어적 교육활동을 계속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토론하자고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섰듯, 사교육비도 잡자고 호소해야 한다.
당연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치밀하게 정책을 준비해서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육이 살아나고, 아이들이 한번 다투었더라도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 교사들의 아동학대는 엄벌해야 하겠지만,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신고 대상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사교육의 자유는 인정하더라도 공교육을 해치는 범위의 사교육은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행정 관행으로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부턴가 공무원들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안되어 국정과제로 확정된 정책을 관리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자세를 견지해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패배주의를 불식하는 선도적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둘째, 분산 대응과 조정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것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지방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 있고, 초광역 행정통합이 흐름을 잡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을 전국적으로 하나의 모습으로 전개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나 지역이 나올 수 있고,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나 지역이 있을 수 있다. 둘 모두 허용해야 한다. 고등교육 역량을 제고하는 길 역시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어디에서는 대학원을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어딘가에서는 학부 수준에 번듯한 단과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광역 단위별로 일정한 재량을 허용하고, 지역이 스스로 개혁 방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종의 정책실험, 정책경쟁의 토양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여기저기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도록 장려하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지역 간, 대학 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변화를 확산하고 촉진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 말씀처럼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교육 변화는 필수적이다. 점점 격화하는 산업경쟁과 군사경쟁 속에서 국가의 자존을 세우고 평화의 세계화를 만들어내는 힘 역시 교육에 있다.
▲김용한국교원대 교수
김용
*필자소개 : 김용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교수 / (사)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상임이사. 김용은 청주교대와 한국교원대에서 주로 초중등교육 분야 교육정책과 교육법을 연구해왔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 교육정책 수립과 집행에도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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