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2025년 12월 2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5호선 까치산역에서 열린 '전역사 1역사 1동선 확보 기념식'에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과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1역사 1동선이란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타인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말한다.
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운영을 위한 예산 편성은 임의조항으로 규정되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은 600일 넘게 계류 중이며, 2026년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 중 대중교통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특별교통수단 도입 예산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선언하고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100% 도입을 수차례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20여 년간 반복적으로 지연되고 파기됐다.
역사학자이자 문학 비평가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언어는 일종의 행동이다. 그러나 말만 가지고는 달성할 수 없는 행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픈 이들에게 건강해지라는 선언으로 그들을 치료할 수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부자가 되라는 말만으로 그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는 그의 지적처럼, 구체적인 행동과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말과 선언은 무력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둘러싼 수많은 약속 역시 실질적인 이행이 뒤따르지 않는 한 무력하다. 그 무력함은 교육권, 노동권,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의 배제가 된다.
2026년 1월 22일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발생 25주기였다. 이날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맹추위에도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더 늦기 전에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안전하게 타고 싶다"는 요구가 25년째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헌법상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 교육, 주거 등 모든 영역에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통한 우리 사회의 진짜 성장을 강조한다. 이동권 역시 선언이 아니라 예산 확보와 제도 실행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5년째 이어지는 외침이 더 이상 투쟁의 언어로 반복되지 않고 국가의 책임있는 응답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윤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본인
필자 소개 : 김윤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정책 자문위원,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빈곤과 불평등 담론 등을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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