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나란히 선 엄희준-문지석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2025-10-23
남소연
상설특별검사팀(특별검사 안권섭)이 엄희준, 김동희 검사를 기소했다. 활동 종료를 6일 앞둔 시점이다. 문지석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의 진실이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27일 상설특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현 부산고검 검사)를 기소했다. 엄 전 청장에겐 국회 위증 혐의도 별도로 적용했다.
특검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두 검사에 대한 기소 사실을 알렸다.
"특검팀에서는 '쿠팡퇴직금불기소외압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①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전 지청장 엄희준에 대하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②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전 차장검사 김동희에 대하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각 적용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를 제기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은 쿠팡이 2023년 5월 쿠팡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한 사건에서 출발했다.
당시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정을 변경해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이날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했다.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이다. 이 시기 쿠팡이 생산한 '일용직 제도개선' 등 내부 문건에는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칙 변경 취지와 함께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 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개별) 대응"이라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엄 검사와 김 검사가 이끌었던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과정에서 부천지청 지휘부가 수사·처분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쿠팡 봐주기 의혹 사건의 핵심이다.
문지석 검사의 폭로, 특검으로 이어져

▲지난 1월 7일 서울 서초구의 안권섭 상설특별검사 사무실에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두 검사가 당시 담당 검사였던 문지석 부장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강요하고, 주임 검사였던 신가현 검사에게 '쿠팡 사건을 2025년 3월 7일까지 혐의없음 의견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사건을 폭로한 문 검사에 따르면, 2024년 6월 문지석 검사가 김동희 검사에게 쿠팡 일용직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처음 보고했을 때, 김동희 검사는 "그 사건은 다른 청에서도 모두 무혐의하는 사건"이라며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 힘 뺄 필요가 없다. 나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 할 때 무혐의했던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검사는 내부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외부에 사실을 알렸고, 이는 특검 출범으로 이어졌다.
쿠팡 봐주기 의혹이 불거진 2025년 상반기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지휘체계는 ① 엄희준 부천지청장(사법연수원 32기) → ② 김동희 차장검사(34기) → ③ 문지석 형사3부장검사(36기) → ④ 신가현 주임검사(47기)였다.
문지석 "잘못 있는 공직자들, 엄중한 책임져야"

▲답변하는 문지석 검사문지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 2025-10-23.
남소연
특검은 외압 행사 혐의를 받는 엄 검사와 김 검사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또 당시 사건 주임검사와 피해 노동자,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한 근로감독관 등 관계자들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결국 이날 기소에 이르렀다.
의혹의 당사자인 엄 검사는 문 검사의 폭로 당시부터 줄곧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문 검사를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김 검사와 3자 회의를 여는 등 수사 절차에서 배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엄 검사는 지난해 12월 6일 특검에 문 검사를 무고 혐의로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수사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자신이 쿠팡 사건 대검 보고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무혐의 처분을 강요했다는 문 검사의 의혹 제기가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은 문지석 검사가 엄 검사와 김 검사 등 부천지청 지휘부로부터 쿠팡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처음 단독보도했고,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켜 특검 출범의 도화선이 됐다(
검찰 쿠팡 봐주기 의혹 연속보도).
특검은 쿠팡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일용직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은 것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금법) 위반이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도 재판에 넘겼다. 이는 앞선 엄 검사와 김 검사가 내린 무혐의 판단과는 정반대 처분이다.
문 검사는 지난해 12월 특검 조사 때 "상설특검에서 모든 진실을 규명할 것으로 바란다"며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이 있는 공직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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