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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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북한) 노동당의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 '절연' 방침을 강한 어조로 재확인했다. 그는 당대회 보고에서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하여 다시금 천명한다"라며,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절연할 뜻이 없음을 또다시 강조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정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상생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남북관계는 절연하겠다는 조선의 입장과 그럴 수 없다는 한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차치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이웃이 이런 관계로 전락한 것 자체가 너무나도 안타깝다. '고집불통' 조선이 개탄스럽지만 이게 '있는 그대로의 조선'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남북관계의 비대칭성
조선의 절연 의지를 상수로 놓고 본다면 우리의 선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도 절연을 선택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변화를 통한 접근'을 선택하는 것이다. 절연이 불가하다면 변화는 필수적이다. '왜 우리가 변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변화를 거부할수록 조선이 말하는 '적대적 두 국가'가 고착화될 위험은 커진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국의 현 집권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9·19 군사 합의의 선제적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과도한 비난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들 사안에 대해 남북 합의를 번복한 쪽은 한국이 먼저였다.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대북 전단 살포를 방조했고, 조선의 군사위성 발사를 이유로 9·19 합의에 포함되었던 비행금지구역 효력 정지를 했으며,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역주행을 하나둘씩 바로잡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바로잡으면서 선심 쓰는 척 한다'라고 여긴다. 조선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이게 바로 '있는 그대로의 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든 예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한국이 "변할 수 없는 적대적 실체"라고 단언한다. 이번 당대회를 포함해 최근 밝힌 이유는 이렇다. 한국은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앞세워 조선의 무장해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군비증강을 추구하고 있고, 한미연합훈련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조선의 요구 사항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한국이 헌법의 영토조항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조선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며, 군비증강도 자제하고,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하라는 것 등이다.
남북관계의 절망 어린 비대칭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조선은 한국이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별로 없으면서도 남북관계의 복원과 발전을 꾀한다.
한국은 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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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만 비대칭적인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목표의 비대칭성에 있다. 조선은 한국이 변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지만 이미 남북관계의 목표로 삼은 '적대적 두 국가'를 고착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목표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서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놓고 생산적인 토론을 벌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나의 생각은 이렇다. 아래의 제안에 깔려 있는 정신은 '이기이관(利己利關)'이다. 나를 이롭게 하면서 관계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든 사자성어이다.
평화통일 정신을 확고히 하면서 이에 위배되는, 즉 흡수통일론으로 간주될 수 있는 법, 제도, 군사계획은 하나둘씩 바꿔나가는 것이 어떨까?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필요도 없지만, 비핵화는 '무음' 처리하고 군비통제에 방점을 찍으면 어떨까? 늘어나는 국방비를 첨단무기 도입보다는 자원입대제(모병제) 도입·운영 예산으로 쓰면서 이를 기본사회 구상과 연결해 보면 어떨까?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이를 연습하는 연합훈련을 진짜로 방어적 목적으로 전환하고 대북 점령·안정화·통일 부분은 내려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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