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7 10:00최종 업데이트 26.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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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sandym10 on Unsplash

빛의 혁명으로 태어난 국민주권정부가 빛의 속도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국무회의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친지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 한남동, 남태령, 안국동에서 연대하는 응원봉 빛을 부여잡고 추위를 견디며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걱정으로 분노하던 겨울을 지나고 나니 아침에 눈뜨면 주가가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의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세상에서 살게 되어 다행이다.

윤석열정부에서 폐지 일보 직전까지 갔던 여성가족부는 3실 6관 체제의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되었고, 성평등정책은 국정목표인 "기본이 든든한 사회"를 향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되었다. 성평등정책은 김대중정부 이후 민주당 정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전 정부의 역행을 되돌리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길은 멀고 마음은 바쁘다.

도넛보고서의 경고

최근 옥스팜코리아가 발간한 '2026 옥스팜 도넛보고서'는 한국사회의 다층적 불평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도넛은 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에서 차용된 개념인데, 동그란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는 사회가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기초 조건을 바깥쪽의 동그라미는 넘지 말아야 할 환경적 한계를 의미한다. 도넛 모양 두 동그라미의 안쪽이 모두가 존엄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본사회를 지향하는 이재명정부가 눈여겨보며 정책수립에 참고할만한 기준선이다.

광장에서 응원봉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두 개의 동그라미 안에 수렴해서 사회적 기초가 모두에게 튼튼하고, 기후위기나 재난 등의 외적 조건에서 모두를 지켜낼 수 있는 기본이 든든한 사회의 상한과 기초를 정하는 정책의 범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보고서는 유례없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불평등 심화로 인해 많은 시민이 안쪽 동그라미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불평등은 소득 및 자산, 노동시장의 격차와 복지 사각지대, 교육격차,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영향, 성별 불평등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성불평등은 남녀 간 갈등의 문제로만 축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차원의 문제이다. 노동시장, 돌봄 체계, 복지수급권 및 사회적 인식 전반에 복합적 불평등 구조로 굳어져 있고, 사회구조적 안전망인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를 붕괴시키는 핵심 층위로 작동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23년 중위 월소득 기준으로 29.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회원국 평균 격차(11.3%)의 2.6배에 달한다. 그 원인은 성별 직종분리, 고용형태의 차이, 조직의 유리천장 같은 것들이다.

여성 일자리는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서비스 직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남성은 고임금의 제조업, 전문기술 분야에 몰려 있다. 직장의 안정성도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에 일조하고 있다. 여성의 고용률이 지속 증가해 왔지만 여전히 남성과 14.7% 포인트 격차가 있다.

남성노동자 중 정규직 비중은 69.6%인 반면, 여성은 52.7%에 불과하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67%가 여성이다. 격차는 의사결정 권한이 커질수록 확대된다. 상장법인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돌봄 전담과 맞물려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돌봄 부담에서의 불평등이다.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맞벌이가구의 경우 가사노동시간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두 배 이상 길게 가사와 돌봄에 시간을 할애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특정 생애주기에서 돌봄 전담과 맞물려있고, 첫 자녀 출산 후 10년 뒤 임금 격차가 33.4%까지 확대될 정도로 돌봄 수행과 돌봄에 대한 가정과 노동시장의 성역할 기대는 고용, 소득, 돌봄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정부는 성평등가족부 내 여성정책국을 성평등정책실로 확대하고, 그 안에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 기능을 고용노동부에서 이관하여 고용평등정책관을 설치하였으며, 국정과제에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등 노동시장에서 성평등 진작을 위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평등 관련 정책기능을 성평등가족부에 이관한 참에 불평등에 대한 조정과 시정조치를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 보면 좋을 듯하다.

예컨대 고용평등임금공시제의 경우 단순히 기업별 성별 격차 수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서 공표하는 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없는 격차가 발견될 경우 정부가 시정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과할 수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시정명령권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2019년 '성별 임금 평등 지수'를 도입해 기업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을 위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임금격차, 승진 및 인상 기회, 출산휴가 후 복귀자 임금 인상 여부, 상위 임금을 받는 사람의 성비 등이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일정 점수 미만인 50인 이상 기업에 시정 권고를 하고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되, 계획의 이행 기간이 도과했는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출의 최대 1%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앞으로 시행할 고용평등 임금공시제에도 성별, 학력, 지역, 비정규직차별 등 다양한 노동시장 차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지수를 마련하고 기업의 보상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관행과 불평등을 개선하고 축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 필요

대부분의 정부 정책에서 협업이 중요하고, 특히 이 정부에서 토론과 협력을 통해 유능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해 쓰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성평등정책은 부처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관련된 여러 부처 사이의 협업과 협력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조금씩 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성평등가족부의 조직이나 예산 규모는 미니부처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풍전등화의 처지가 되지만, 성평등정책의 범위는 국가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정부 모든 부처는 양성평등기본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통해 국가 성평등도를 향상시켜 왔다.

특히 기존의 사회·경제정책 범위를 넘어 기술혁신이 사회에 미칠 영향, 기후위기, 국제경쟁의 심화 등 정책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한 범부처 성평등정책 수립을 위한 성평등정책 거버넌스를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협업과 부처 간 거버넌스의 모법을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불평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고착되어 있을 때 부처 간 칸막이를 그대로 둔 채 대상 집단을 나누고, 정책 영역을 나누고, 지역을 나누고, 정책의 재원을 나눠서 시행하는 칸막이 정책으로는 정책효과를 가두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혜자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든 부처에 정책의 성주류화를 담당할 수 있는 기구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두고, 핵심의제를 국가 성평등목표에 연동하여 발굴하고 정책화한다면 과학기술정책, 국민의 자산형성정책, 교육정책, 문화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K-민주주의에 깊이를 더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본이 든든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복합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정책뿐 아니라 새롭게 투자가 확대되는 과학기술분야라든가 상법개정 등을 통해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이끌고 있는 서민자산형성정책 등에서도 정책투자와 그 과실이 성불평등을 비롯해 복합적 불평등을 해소하도록 고안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R&D 예산 100조 시대이니, 예산의 일정 비율을 '젠더 혁신'과 디지털 격차로 소외된 계층의 디지털 전환에 할당한다거나 자산형성정책에서도 청년, 돌봄 전담여성, 빈곤노년층 등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성인지적·세대인지적·격차인지적 접근을 통해 마련된 정책을 보고 싶다.

세심하게 마련된 정책은 앞서 말한 도넛을 더 크고 더 입체적이고 더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도록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성평등정책을 비롯해 이 정책들이 기본이 든든한 사회로 건너갈 수 있는 건널목이 되어 줄 것이다.

엄규숙경희사이버대 교수엄규숙

*필자소개 : 엄규숙 교수는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역임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도 근무했는데, 여성·가족·사회복지 정책 분야에서 학계와 행정·정책 실무를 두루 경험한 실전 기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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