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일본 여인들의 하나미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일본인들이 이 벚나무를 즐기는 방식은 단순하다. 문자 그대로 나무 아래 앉아 꽃을 보는 '하나미'(花見)'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벚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긴다. 이 하나미 문화는 8세기 일본의 귀족들이 꽃을 감상하며 시(詩)를 짓던 행사에서 시작됐다. 이후 17세기에 이르러 음식과 여흥을 즐기는 지금의 형태로 바뀌어 정착되었다.
해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른 아침부터 벚나무가 심긴 공원에는 하나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배달 문화가 정착되며 각종 음식을 손에 든 라이더들이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것도 색다른 풍경 중 하나다.
행여 벚꽃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벚꽃을 테마로 한 각종 먹거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이면 일본 전국의 편의점, 슈퍼, 레스토랑 등에는 기간 한정 메뉴들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그중 대표가 '사쿠라모찌'다. 분홍빛 떡에 팥을 넣고, 소금에 절인 벚꽃잎으로 감싸 만든 떡이다. 에도 시대 아사쿠사 근처 떡집 주인이 소금에 절인 벚꽃 잎으로 떡을 감싸 만든 것이 유래라고 전해진다. 작은 떡집에서 시작된 이 메뉴가 인기를 얻어, 지금은 일본 전국 어디서나 봄철에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디저트가 됐다.
벚꽃을 '마시는' 문화도 있다. '사쿠라사케'다. 맑은 술잔에 따뜻한 사케(일본 청주)를 따르고 소금에 절인 벚꽃 한 송이를 띄워 마시는 것이다. 이 술은 벚꽃을 소금에 절여 저장하던 일본의 오래된 식문화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보고, 먹고, 마시며 오감(五感)으로 벚꽃을 즐기는 일본의 3월. 그러나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화려한 벚꽃이 아닌, 어쩌다 발견한 개나리, 진달래 같은 낯익은 얼굴들인 걸 보면, 고향 산천을 그리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것'이지는 않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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