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6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강효상,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건국대통령 탄신 14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언주 최고위원은 강연 중에 이승만도 비중 있게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승만 대통령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아니, 분명히 3·1절 기념식을 하는데, 3·1절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완전히 사라졌어요"라고 탄식했다. 그는 친일파인 인촌 김성수의 주장을 근거로 이승만이 3·1운동에 나서도록 한국인들을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승만이 3·1절 기념식 때 소외되고 있다는 게 그의 탄식이다.
비슷한 발언이 2024년 2월 1일 개봉한 <건국전쟁>에도 있었다. 이 영화는 이승만의 미국 활동을 소개한 뒤 "그게 3·1운동으로 무르익었다"고 연결을 짓는다. "3·1운동의 배경을 보면 이런 국제정세를 파악한 이승만의 앞을 내다보고 미국의 정치인들의 심중을 알고 국제정세를 파악했던 이승만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조명"해야 한다는 발언이 그 뒤를 잇는다.
이승만이 배후에서 3·1운동을 추동했다는 주장들은 3·1운동 나흘 전에 이승만이 했던 어이없는 짓과 정면충돌한다. 1919년 2월 25일, 그는 한국이 국제연맹의 위임통치를 받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작성해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파리평화화의에 제출했다. 이 시기 국제연맹은 전승국인 일본 등의 주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위임통치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에 의한 위임통치는 더욱더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청원으로 인해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가보훈부가 발간한 <독립운동사 제4권: 임시정부사>는 상하이에서 임시정부 수립(1919.4.11.)이 논의되던 시기에 단재 신채호가 "이승만은 이완용보다 더 큰 역적이다"라며 "이완용이는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이는 아직 우리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은 놈이다"라며 노발대발한 사실을 기술한다. '꼿꼿한 선비'의 대명사인 심산 김창숙은 자서전인 <벽옹 73년 회상기>에서 이승만의 청원을 가리켜 "우리 광복운동사상에 큰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승만의 해방 이후 행적에 관해서도 비상식적인 말을 했다. 그는 이승만의 반공 정책을 칭송하는 대목에서 "그런 과정에서 그걸 막느라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겠죠"라며 "피해도 생기고 억울한 사람도 생기고 했겠지만, 역사가 끝나고 역사가 흘러간 뒤에 그 후손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러나 그것은 절대적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승만의 반공 정책으로 인해 북한 대중이 피해를 입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피해를 입었다고 일컬어지는 쪽은 남한 대중이다. 이승만이 반공을 빌미로 항일투사들과 진보적 인물들을 국민보도연맹에 편입시키고 한국전쟁 중에 이들을 학살한 보도연맹 사건은 반공 정책과 관련된 대표적인 민간인 피해다. 이런 역사를 외면한 채 이언주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겠죠"라는 식으로 이승만을 옹호했다.
그런 뒤 그는 "그 중간중간에 다른 일들이,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고 해서 공산화를 막은 그 위대한 일이 결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승만의 만행이 과연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이승만을 옹호하기 위해 에이브러햄 링컨도 소환했다. 역사는 링컨이 노예를 해방시킨 것만 기억하지 야당을 탄압한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한마디로 얘기할 때는 그 사람의 큰 업적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거죠"라는 게 그의 발언이다. 그는 주객전도 식으로 이승만을 평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보도연맹 학살 피해자는 수만 내지 20만 정도로 추정된다.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이런 일들이 '주'가 아닌 '객'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의 강의에서는 제국주의의 해악 및 이승만에 관한 인식의 결여와 더불어 국민의 지위와 국가의 책임에 대한 비상식적인 인식이 드러난다. 보수진영에 있을 때 했던 발언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은 발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이런 발언의 장본인이 어느 진영에 있는가를 묻지 않고 비판한다. 진영과 관계없이 이런 발언들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인간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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